[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07] 소식불통의 인터넷 통제
뉴스(news)라는 서양 단어가 ‘신문(新聞)’이라는 한자 번역어로 자리 잡는 과정이 있었다. 중국에서 비롯했다고 보이지만, 이를 널리 활용해 정착시킨 점에서는 일본이 동아시아 한자 문화권에서는 으뜸을 차지한다.
그에 앞서 흔하게 쓰인 말은 소식(消息)이다. 앞 글자는 소멸(消滅)이라는 단어가 말해주듯이 ‘없어지다’ ‘사라지다’의 뜻이 강하다. 뒤 글자가 궁금증을 자극한다. 이 ‘식’이라는 글자는 본디 생명체의 호흡과 관련이 있었다.
내쉬는 날숨은 호(呼), 들이마시는 들숨은 흡(吸)이다. 숨을 내고 들이는 행위가 곧 호흡(呼吸)이다. 이 호흡 한 번을 일컫는 말이 곧 ‘식’이다. 달리 기식(氣息)이라고도 한다. 깊은 호흡은 탄식(歎息)이나 태식(太息), 장식(長息)이다.
이 글자는 호흡이라는 바탕에서 ‘나서 자라다’라는 생장(生長)의 뜻까지 얻는다. 그 맥락에서 휴식(休息)과 안식(安息)이라는 단어도 나왔다. 아이 낳아 후대를 잇는다는 자식(子息), 본전에 붙는 이자인 이식(利息)이 같은 흐름이다.
따라서 ‘소식’은 본래 사물이 생겨났다 사라짐의 흥망(興亡)과 관련이 깊었다. 그러다가 사물과 현상에서 생겨나는 ‘변화’라는 뜻이 더 두드러져 중국 위진(魏晉) 시대 무렵에 이르러 지금의 ‘뉴스’라는 뜻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설명이 있다.
중국이 인터넷 통제를 부쩍 강화하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라는 틀에서 이제는 휴대폰 번호로 등록하는 증명서와 아이디를 요구할 모양이다. 인터넷 글 내용의 감시 차원을 넘어 그 사람까지 직접 통제하겠다는 의도란다.
압제적 왕권에 짓눌려 사람끼리 길에서 마주쳐도 말을 나누지 못하고 눈짓만 주고받았다는 먼 옛날 ‘도로이목(道路以目)’ 사회로 돌아가는 것일까. 사람 사이 소식이 끊기고 의견 교류가 더 막혀가는 분위기다. 중국의 퇴행(退行)이 갈수록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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