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동현의 예술여행] [22] 반복되는 일상이 만들어 내는 힘과 아름다움
날씨가 뜨겁다. 한창 진행 중인 파리 올림픽의 열기도 이에 못지않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금메달 소식과 승전보가 여름밤을 달군다. 여기에 승자와 패자가 서로 격려하고 축하하는 올림픽 정신이 감동을 더하는 요즘이다.
얼마 전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보았다. 이 영화는 사실 2020 도쿄 올림픽을 맞아 도쿄 시부야 지역 화장실을 개조하는 ‘도쿄 화장실 프로젝트’의 하나로 만들었다. ‘화장실 프로젝트’의 기록용 혹은 홍보용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독일의 거장 빔 벤더스 감독과 일본의 ‘국민 배우’ 야쿠쇼 코지가 참여하면서 단순한 기록 성격을 넘어서게 되었다.
영화는 시부야 지역 화장실 청소부의 삶을 통해 일상의 소중함을 잔잔하게 보여준다. 시부야 지역 화장실이 일터지만, 주인공의 주된 삶의 공간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전파 탑인 스카이트리가 있는 시타마치 지역이다. 영화 제작 목적으로 보면 유명 건축가, 디자이너가 개조한 시부야의 화장실이 중요하겠지만 나에게는 이 지역이 눈에 띄었다.
‘낮은 지역’이라는 의미의 시타마치는 에도 시대 도쿄에서 서민들의 주거지였다. 강과 바다와 가까운 낮은 지대였기에 붙은 이름이다. 스카이트리 주변의 아사쿠사, 우에노 등은 여전히 과거 모습을 보여 준다. 아기자기하고 약간은 지저분한 동네와 우에노 공원의 미술관이 꽤 정겨운 느낌이다.
몇 년 전 도쿄 우에노 근처에 여장을 풀었다. 스카이트리와 전망대를 구경한 후 숙소까지 슬슬 걸었다. 밤의 시타마치를 산책하고 있으려니, 긴자나 롯폰기 같은 화려한 도심과는 다른 인간적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즐거운 경험이었다. ‘퍼펙트 데이즈’에서 이 동네와 스카이트리를 한 화면에 종종 잡는 것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만들어 내는 일상의 시간과 그 일상 속 삶의 힘과 아름다움을 드러내기 위함은 아닐까.
우리는 항상 일상이 지겹다 투덜대고, 새롭고 색다른 일탈을 꿈꾼다. 그러나 이는 돌아올 일상이 있기 때문이다. 이 당연한 진실을 ‘퍼펙트 데이즈’는 조곤조곤 우리에게 속삭인다. 반복되는 일상 속 모든 것이 모여서 오늘의 나를 만드는 것이라고. 아마 올림픽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도 그럴 것이다. 일상의 규칙 같은 고된 훈련을 견디고 그 성과를 보여준 올림픽 참가 선수들에게 경의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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