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란의얇은소설] 영원히 가고 싶지 않은 도시
회복 가망 없는 아이들 대상
안락사 공원 만들어서 운영
현실과 윤리 사이 문제 제기
세쿼이아 나가마쓰 ‘웃음의 도시’(‘우리는 어둠 속에서 얼마나 높이 닿을까’에 수록, 이정아 옮김, 황금가지)
스킵은 어렸을 적부터 “사람들을 웃게 해주는 일”을 하고 싶어 해 스탠드업 코미디언을 꿈꾸었다. 그 일로 먹고살 수 있고 자신을 신뢰하지 않는 부모에게 조금이라도 인정받고 싶어 하며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그런 사람이. 하지만 이야기는 기대가 어긋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고 하지 않던가. 전염병 때문에 진정한 코미디언으로 먹고살고 싶다는 희망은 멀어지는 듯 보이던 어느 날 매니저가 전화해 스킵에게 물었다. 안락사 공원이라고 들어봤느냐고. 주지사를 비롯해 시 관계자들이 전염병에서 회복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아이들의 고통을 평온하게 끝내줄 놀이공원을 계획했고 시내에서 떨어진, 옛 교도소 자리에 일종의 테마파크를 만들었다.
감염된 자식을 가진 부모들은 선택해야 한다. 창고로 둔갑한 병원 같지 않은 마지막 장소로 아이들을 보내야 할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약물을 투여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공원에서 하루를 즐겁게 보낸 뒤 생을 마감하게 해야 할지. 사람들을 웃기는 일을 하고 싶은 스킵에게 들어온 일자리는 생쥐 같은 동물 탈을 쓰고 거기 들어온 아이들을 웃기게 만들기이다. 그것도 “반드시 진심으로 신나서 웃게 해야” 하는.
테마파크는 정부와 질병통제예방센터랑 합의된 공간이었고 한번 들어온 감염된 사람들을 나가지 못하도록 해야 했다. 진심으로 웃기게 하는 방식이 통하지 않으면 무력으로. 아이들이 가장 흥미를 보이는 기구는 600m까지 올라가는 롤러코스터이다. 부모와 스킵 같은 안락사 공원 직원들의 환호와 떠들썩함 속에서 아이들은 그 기구를 탄다. 부모와 어른들이 자신들에게 무엇을 하려는지 모르는 채로. 아이들의 환상이 깨지지 않도록, 이 일은 아픈 아이들을 위해 하는 선행이라고 믿는 스킵은 눈물을 감춘 채 열렬히 손뼉을 치고 마지막까지 웃는다. 이 테마파크에 대해 비평가들은 국가가 다음 세대를 포기하는 비뚤어진 발상이라고 비난하는데도 병원도 부모도 치료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감염자 숫자는 늘어난다.
가슴 아프고 괴롭게 소설을 읽다가 문득 페이지를 멈추고 상상한다. 아, 이러다가 스킵이 이 죽음의 롤러코스터에 결코 태우고 싶지 않은 아이를 만나게 되겠구나라고. 이것이 이야기의 세계이기도 하니까. SF 소설은 우리에게 “오지 않을 것 같은 미래에 관한 이야기”라고 알고 있는데, ‘웃음의 도시’는 어쩌면 이런 미래가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잠정적 고통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윤리적 문제까지 제시하고 있어 깊디깊은 슬픔까지.
‘웃음의 도시’뿐 아니라 이 소설집에 수록된 단편들을 읽고 나면 작가가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것 같다. “우리 가족을 구해봅시다, 우리 모두를 구해봅시다.” 이렇게나 따뜻하고 아픈, 가족과 이웃을 놓치지 않는 SF 소설이라면 SF 문법에 익숙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나 같은 독자도 얼마든지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뉴욕타임스는 이 책에 대해 우리가 초래하고 있는 질병에 관한 슬픔의 책이며 인간의 유대에는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찬사를 보냈다.
조경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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