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히말라야 올랐던 제가 이젠 낮은 산 타며 카약도 즐겨요”
한때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중 하나인 가셔브룸2봉(8035m)까지 올랐던 여성 산악인 박경이 전 국립산악박물관 관장(58)은 요즘 가급적 낮은 산을 탄다. 무릎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최근엔 강이나 호수에서 즐기는 카약도 시작했다.
“젊었을 때 산 잘 탄다는 평가에 너무 무리해서인지 이젠 높은 산을 못 타요. 오르는 건 괜찮은데 내려올 땐 무릎 통증에 시달려요. 수술 하지 않고 무릎을 보호하면서 등산을 즐기는 방법을 찾다 평지를 걷거나 낮은 산을 오르고 있어요. 몇 달 전부터 카약을 타기 시작했는데 산을 색다르게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었어요.”
한국대학산악연맹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박 전 관장은 “산악부에 들어가니 자연스럽게 다른 대학과도 어울렸고 대학연맹 운영에도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대학 4학년 때 대학연맹 부회장으로 백두대간 종주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완성했다.
“백두대간 및 조선시대 지리서 산경표 연구자인 고 이우형 선생님이 ‘산경표에 나와 있는 대로 백두대간을 실제로 답사해야 한다’고 부탁해서 시작했죠. 백두대간 개념이 생소하던 때라 대학연맹 집행부가 약 넉 달간 강의실에 지도 수십 장을 깔아놓고 산경표를 바탕으로 지도의 능선을 잇는 작업을 했었죠. 지금이야 백두대간이 널리 알려졌지만 그때는 정보도 없고 개인이나 산악회 차원에서 실행하기 어려운 프로젝트였어요. 백두대간을 15구간으로 나눈 후 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지도를 들고 7월에 4박 5일간의 종주를 시작했죠. 전 이화령에서 속리산까지 내려가는 구간의 대장이었어요. 종주 후에 우리가 쓴 보고서가 발표되고, 1990년대부터 백두대간 종주 붐이 일어났죠.”
히말라야도 올랐다. 1991년 아마다블람(6812m), 1997년 가셔브룸2봉을 올랐다. 가셔브룸2봉 정상에 오를 때 사실상 죽음 문턱까지 갔던 박 전 관장은 “아이 둘 낳은 뒤 올랐는데 ‘죽기에 딱 알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들을 위해서라도 이런 모험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후 8000m 봉은 오르지 않았다. 그즈음 고 박영석 대장이 히말라야 8000m 고봉을 함께 오르자고 했는데 거절했다. 그 대신 6000m급 봉우리를 올랐다. 2002년 아르헨티나 아콩카과(6962m), 페루의 안데스 초피칼키(6354m)와 우아스카란(6768m)을 등정했다.
겨울엔 아이들과 스키를 즐겼다. 한창 스키를 탈 때 산악계 선배가 보고 산악스키 아시안컵대회 출전을 권유했다. 2007년 대회에 출전해 3위를 했다. 이를 계기로 국제 산악스키 심판 자격증을 획득했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박 전 관장은 을지대 스포츠아웃도어학과 교수, 국립산악박물관 학예연구실장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했다. 2021년 ‘영혼을 품다, 히말라야’란 책을 쓴 박 전 관장은 최근 다섯 명의 저자와 함께 ‘우리가 몰랐던 백두대간’이란 책을 냈다. 그는 “‘히말라야’는 고산 등반을 알리고 싶었고, ‘백두대간’은 사람들이 종주를 하면서도 백두대간에 대해 너무 몰라 설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일본 후지산(3776m), 올 6월엔 백두산(2744m)을 다녀온 박 전 관장은 최근 카약도 타기 시작했다. 카약은 호수나 강에서 타는데 캠핑을 하며 등산도 할 수 있다. 그는 “카약을 타고 산자락으로 가 그동안 가 보지 못한 코스로 오를 수 있어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했다.
강원 속초시에 살고 있는 박 전 관장은 매일 영랑호 둘레길 8km를 걷거나, 주변 주봉산(331m)이나 청대산(230m)을 오른다. 그는 “설악산을 오를 땐 못 느꼈던 설악산 전경(全景)의 아름다움을 주봉산 청대산을 타면서 제대로 느낀다”며 “어느 산이든 오르면 건강도 챙기고 주변 경관의 아름다움도 즐길 수 있다”고 했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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