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냐” 4·3 형사보상금 지급 차일피일
[KBS 제주] [앵커]
4·3 당시 부당한 공권력에 의해 구금됐던 4·3 수형인들이 재심을 통해 명예를 되찾고 있는데요.
무죄 판결 후 억울한 옥살이에 대한 형사 보상을 유족들이 청구했지만 수년째 지지부진하기만 합니다.
임연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85살 변수방 할아버지는 9살 때 아버지와 생이별했습니다.
4·3 당시 아버지가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아 광주형무소에 수감된 후 행방불명됐기 때문입니다.
재심을 청구해 3년 전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억울한 옥살이에 대한 보상은 1년 넘게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함께 청구한 유족 일부에겐 보상금이 지급돼 더 의아하기만 합니다.
[변수방/4·3 행방불명 수형인 유족 :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게 돼 있는데. 우리하고 같이 신청한 사람이 1년 전에 받은 사람들 있잖아요. 1년 전에 받은 사람하고 우리하고 법이 같으냐 이거지. 평등하지 않다 이거예요."]
변 할아버지처럼 형사보상금을 제때 받지 못한 4·3 수형인 유족들이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형사보상법이 규정한 6개월 기한을 넘기고도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는 유족은 최소 42명, 길게는 2년 가까이 형사보상금 지급이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는 겁니다.
[양윤녕/4·3 행방불명 수형인 유족 : "우리는 형사보상법이 명시한 6개월 이내의 지급 조항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제주지방법원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해 제주지방법원은 4.3 형사보상사건의 경우 구금에 관한 문서가 없는 경우가 많아 관련 기록을 면밀히 조사할 필요가 있어 검토에 시간이 소요되고 있고, 상속인들에 대한 소재 파악과 해외송달 등 통지 절차에도 장시간 소요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법원은 유족들이 오랜 기간 겪은 고통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사건 처리 속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대부분 고령인데다. 100세를 넘긴 경우도 있어 더는 기다릴 시간이 없는 유족들.
이들은 중복 지급을 피하기 위해 4·3 특별법에 근거한 국가 보상금은 신청도 하지 않았습니다.
고령의 유족들은 재심 판결로 4·3의 봄을 앞당겨 준 법원이 억울한 옥살이에 대한 국가의 책무를 외면하지 않길 바라고 있습니다.
KBS 뉴스 임연희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그래픽:서경환
임연희 기자 (yhl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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