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음주 뒤 도주·허위 결제…“한 해 10만 건”

[KBS 청주] [앵커]

음식이나 술을 먹은 뒤 돈을 내지 않고 달아나는 범죄가 충북에서 계속 늘고 있습니다.

극심한 불경기와 고물가에 시달리는 자영업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이런 '무전취식' 범죄가 전국적으로 한 해 10만 건에 달합니다.

이자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늦은 밤, 한 식당에서 손님 두 명이 대화를 나눕니다.

여성이 밖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자 남성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러자 여성이 먼저 밖으로 나가고, 혼자 식사하던 남성이 통화한 뒤 화장실에 가는 것처럼 휴지를 챙겨 나갑니다.

세 시간 동안 7만 원이 넘는 음식을 먹고선 그대로 달아난 겁니다.

[김만겸/음식점 대표 : "'화장실에 가서 돌아오시겠지' 했는데 30~40분이 지나도 안 오시는 거예요. 처음엔 열이 많이 받았어요. 노력해서 장사하고 있는데…. 저한테는 큰 돈이거든요."]

지난 3월 충북 청주에선, 식당 3곳에서 6만 원어치의 식사를 하고 달아난 40대가 구속됐습니다.

전국의 식당에서 26차례나 같은 범행을 저질러 징역형을 산 뒤 누범 기간에 또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겁니다.

이런 '무전취식' 관련 신고는 해마다 10만 건이 넘습니다.

충북에서도 2021년 2천 백여 건에서 지난해 3천여 건으로 매년 늘고 있습니다.

수법도 가지각색입니다.

일행이 하나 둘씩 빠져나가거나, 계좌 이체했다며 은행 앱을 보여준 뒤 곧장 이체를 취소하는 수법 등입니다.

[박미랑/한남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 "경미한 범죄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개별적으로 도덕적 의식이 낮거나 준법 의식이 낮은 사람들이 그런 행위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같아요."]

음식이나 음료, 술을 먹은 뒤 돈을 내지 않으면 경범죄로 10만 원 이하의 벌금·구류·과료 등에 처해집니다.

상습적이거나 고의성이 인정되면 사기 혐의가 적용돼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부과됩니다.

KBS 뉴스 이자현입니다.

촬영기자:박용호/그래픽:박소현

이자현 기자 (interest@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