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군인들이 팔 수감자 ‘성폭행 정황’…영상 공개 파문
남성 피해자 생명 위독…SNS선 “제2의 아부 그라이브”
이, 팔레스타인인들 기소 없이 무기한 구금·조직적 학대
수감자에 대한 고문과 가혹행위로 악명 높은 이스라엘 스데 테이만 수용소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성폭행하는 것으로 보이는 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채널12 뉴스는 남부 가자지구 접경 네게브 사막에 위치한 스데 테이만 수용소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끌고 가 성폭행하는 것으로 보이는 모습이 찍힌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서 이스라엘 군인 8명은 팔을 머리 위로 결박당한 채 바닥에 엎드려 있는 수감자들 사이에서 1명을 끌어냈고, 군견 한 마리를 대동한 채 피해자를 구석으로 끌고 갔다. 군인 중 일부는 폐쇄회로(CC)TV 카메라를 피하려는 듯 커다란 방패로 나머지 군인들과 피해자를 가렸다. 이 수용소에서 근무했던 이스라엘 군인 2명은 AP통신에 “영상이 스데 테이만에서 촬영된 것이 맞다”고 말했다. 30대로 추정되는 남성 피해자는 직장이 파열됐으며, 생명이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인권단체인 ‘이스라엘 인권을 위한 의사들(PHRI)’에 따르면 이전에도 이 수용소에서 성범죄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했으나, 이번 사건은 피해자의 상태가 특히 위중해 수용소 밖 병원으로 이송되면서 외부로 알려지게 됐다. 해당 수용소 내 야전병원에서 일하는 마취과 의사 요엘 돈친 박사는 피해자에게서 갈비뼈 골절과 구타 및 성폭력 흔적이 발견됐다며 “이 시설에서 일한 이후 목격한 가장 심각한 사례”라고 말했다.
앞서 이스라엘군 헌병대는 수감자를 고문하고 성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지난달 29일 이곳에서 일하는 이스라엘 군인 9명을 체포한 바 있다. 이들의 체포 사실이 알려지자 극우 정치인들이 이끄는 시위대가 군기지에 난입해 “영웅들을 처벌하는 것”이라고 항의하며 난동을 부리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군검찰은 가해 군인들을 체포한 지 며칠 만에 5명을 석방했다. 체포된 군인들을 ‘영웅’이라고 추켜세웠던 극우 정치인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성폭행 정황을 뒷받침하는 영상까지 공개되자, 영상을 유출한 사람을 찾아내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 이스라엘 인권단체가 이스라엘 수감시설 16곳의 고문과 성폭력 실상을 폭로하는 보고서를 발표한 데 이어 성고문 정황을 뒷받침하는 영상까지 공개되자, 스데 테이만을 폐쇄해야 한다는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 대법원은 스데 테이만을 폐쇄해달라며 인권단체들이 제출한 청원에 대한 심의를 시작했다. 논란이 커지자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모든 구금자에 대한 성학대와 강간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이스라엘 당국이 신속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스데 테이만을 ‘제2의 아부 그라이브’에 빗대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2014년 폐쇄된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는 미국이 2003년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린 후 미 헌병대가 이라크 포로들을 성고문하고 가혹행위를 일삼은 것으로 악명을 떨친 곳이다. 미군들이 가혹행위를 촬영한 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며 전 세계에 만행이 알려지게 됐다.
이스라엘 현행법은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체포한 팔레스타인인들을 기소나 재판 없이도 이스라엘 군시설 등에 무기한 구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방어권을 행사할 기회도 얻지 못한 채 자기 땅에서 체포돼 이스라엘 당국에 의해 무한정 구금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이후 가자지구에서 체포된 팔레스타인인들이 크게 늘었다. 체포된 이들 대부분이 피란길에 올랐다가 곳곳에 설치된 이스라엘군 검문소에서 체포돼 스데 테이만 등 이스라엘 수용소에 임의로 구금돼왔다. 지난달 초 기준 이스라엘 수용소에 구금된 팔레스타인인은 9623명으로, 무차별적이고 자의적인 체포·구금으로 팔레스타인 남성의 약 40%가 일생 동안 한 번 이상 이스라엘군에 체포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전날 이스라엘 인권단체 베첼렘은 개전 이후 이스라엘 16개 수용소에 구금됐던 55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곳에서 구타와 성폭력 등 조직적인 학대와 고문이 벌어지고 있다고 폭로했다. 보고서는 “이스라엘 수용시설 전체가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고문 캠프’로 변했다”고 일갈했다. 유엔인권사무소도 지난달 31일 물고문과 전기 충격, 잠 안 재우기, 개 풀기 등 각종 고문과 학대, 성폭력이 이스라엘 구금시설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전쟁 발발 후 최소 53명이 구금 중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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