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사키시 평화 행사, 이스라엘 배제…일 원폭 피해자 단체 “전쟁 중·핵무장”
“서방 이중잣대” 비판 나와
일본 나가사키시가 원폭 피해자를 추모하는 평화기념식에 이스라엘을 초청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일본 원폭 피해자 단체를 중심으로 가자지구 전쟁 당사국이자 핵무장 국가인 이스라엘을 기념식에서 배제하는 게 타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NHK방송에 따르면 스즈키 시로 나가사키 시장은 9일 나가사키시가 개최하는 ‘피폭 79주년 나가사키 원폭 희생자 위령 평화기념식’에 길라드 코헨 주일 이스라엘 대사를 초청하지 않기로 한 판단에 “변경은 없다”고 밝혔다. 스즈키 시장은 “정치적인 이유로 초청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평온하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행사를 원활하게 치르고 싶은 것이 이유”라고 말했다.
앞서 나가사키시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전쟁 중인 이스라엘을 평화기념식에 초청하지 않는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러시아 우방국 벨라루스도 초대하지 않았다.
아사히신문은 나가사키시가 피폭자 단체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스라엘 대사를 초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나카 시게미쓰 나가사키 원폭피해자협의회장은 “(이스라엘은) 전쟁 중인 국가이자 핵무기를 휘두르는 나라이기 때문에 기념식에 초청하지 말라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원폭 피해 지역인 히로시마의 미마키 도시유키 원폭피해자협의회 이사장은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초대하지 않는데 이스라엘을 초대하면 시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모양새가 된다”고 했다.
나가사키시의 방침에 6개 서방국가 주일 대사들이 평화기념식 불참을 선언했다. 전날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람 이매뉴얼 미국 대사, 줄리아 롱바텀 영국 대사를 포함해 프랑스, 이탈리아, 호주, 캐나다 대사가 불참 의향을 밝혔다.
미마키 세이코 도시샤대 부교수는 아사히에 “(팔레스타인) 시민에 대한 대량 살육이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는 비판하고 이스라엘은 옹호한다는 미국과 영국의 이중적 기준이 여기에서도 나타났다”고 말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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