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 아래 초평호가 출렁…여행객 ‘심쿵’
작년보다 방문객 두 배 늘어…붕어마을 등 지역경제 활기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아와요.”
충북 진천군 문백면 ‘미르 309’ 출렁다리 앞에서 만난 안전요원 엄흥열씨(71)가 말했다. 진천읍에 사는 엄씨는 “서울·경상도·전라도 등 전국에서 오는 방문객들이 늘어나면서 지역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찾은 문백면 농다리 일원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인근 미호천변을 따라 조성된 주차장에는 차들이 줄이어 들어왔다. 안내요원들은 몰려드는 차량을 안내하기 위해 분주했다. 방문객들은 지네 모양의 농다리를 건너 미르숲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93.6m 길이, 폭 3.6m의 농다리는 충북도 유형문화재 제28호로, 고려 시대 때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네 모양의 돌다리다. 천년다리로도 불린다.
농다리를 건너 미르숲을 지나 5분 정도를 더 올라가자 초평호 상공에 U자 모양으로 떠 있는 파란색 출렁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진천군이 55억원을 들여 만든 출렁다리 ‘미르 309’다. 길이 309m, 폭 1.6m로 주탑이 없는 출렁다리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길다. 초평호의 지형이 용과 닮아 용을 뜻하는 순우리말 ‘미르’에 다리길이인 ‘309’를 붙인 이름이다.
지난 4월 개장한 이 다리는 미르숲에서 청소년수련원 방면을 연결한다. “우와 억수로 기네.” 미르 309 앞에 선 한 방문객이 다리 길이에 감탄하며 말했다. 다리 아래로는 숭숭 뚫린 철제 바닥 사이로 시퍼런 초평호가 그대로 내려다보였다.
미르 309의 바닥은 모두 구멍이 뚫린 철제패널로 돼 있다. 사람들이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다리가 조금씩 좌우로 흔들렸다. 반대편에서 건너오던 한 방문객은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난간을 잡고 주저앉았다.
가족들과 서울에서 온 김모씨(29)는 “국내 최장 출렁다리가 있다고 해서 처음으로 진천을 와봤다”며 “농다리를 비롯한 초평호 일원 경치도 빼어나 가족들이 모두 좋아했다”고 말했다. 진천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농다리 일원 방문객은 74만8469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방문객(32만1951명)의 두 배를 뛰어넘는 수치다.
정준호 진천군 문화관광과 주무관은 “지난 7월 한 달 동안 13만여명이 방문했다”며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하루평균 6000~1만명이 찾는다. 농다리 일원이 지역 대표 관광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진천 지역 대표 관광상품은 골프장이었다. 진천에는 골프장 5곳이 있는데 이곳에는 연 60만~70만명 정도가 다녀간다.
지역경제도 활기를 띠고 있다. 백곡면 배티성지, 진천읍 보탑사, 초평면 붕어마을 등 백곡·문백·초평면 등 진천 곳곳의 방문객이 크게 늘었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황근철 초평붕어마을음식업 번영회장은 “미르 309 개장 이후 붕어마을 음식점 매출이 지난해보다 평균 20~30% 정도 올랐다”며 “지난 5~6월에는 평일과 주말 예약이 모두 꽉 찼을 정도다. 주변 상인들이 미르 309 덕을 많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업소들은 나눔으로 보답하고 있다. 황 회장을 비롯해 백곡면에서 한식집 ‘진천곰가네’를 운영하는 안원희 진천군소상공인연합회 회장, 문백면 농다리은행나무집 업주 등 3명은 진천군에 장학금 500만원을 내놨다. 농다리 인근 한 음식점도 진천군에 장학금을 전달할 계획이다. 미르 309 개장으로 개업 이래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정 주무관은 “가을철에는 더 많은 방문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변 상인들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농다리를 지역 대표 관광지로 가꿔나가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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