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설치’ 발목 잡는 지자체들
기후단체들 “시민 환경권·행복추구권 침해” 헌법소원 제기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정부 권고와 달리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를 강화하면서 태양광발전시설 설치가 막히는 상황이 빈번해지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폭염 시 그늘막 효과가 있는 주차장 태양광 등 관련 시설을 설치하고 있으나 규제 때문에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이격거리 규제를 개선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후솔루션,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경남햇빛발전협동조합 등은 8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격거리 규제 강화에 나선 경남 진주시를 대상으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도로와 주거지로부터 일정 거리 내에 태양광발전설비 설치를 막는 이격거리 규제가 태양광발전사업자의 직업의 자유와 평등권, 시민의 환경권과 행복추구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진주시는 지난 6월 도시계획조례를 개정해 집이 단 한 채 있는 경우에도 200m 안에는 태양광 설비를 둘 수 없도록 했다. 10가구 이상 주거지역과 도로에서 500m 이격하도록 한 기존 규정을 강화한 것이다. 경북 상주시 역시 지난 5월 도로 이격거리는 300m에서 500m로, 10가구 미만 지역 이격거리는 200m에서 300m로 각각 늘렸다. 해당 지자체들은 주민 민원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정진영 국장은 “지구 평균온도가 연일 전년 기록을 경신하고, 온열질환으로 1000명 넘게 쓰러지는데 정부와 지자체는 태양광발전 확대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이격거리 규제조차 걷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228개 지자체 중 서울·부산과 수도권 도심 일대를 제외한 130개 지자체가 이격거리 규제를 두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해 1월 도로 이격거리 규제를 없애고, 주택가 이격거리는 100m 이내로 하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하지만 권고에 불과해 따르지 않는 지자체가 많다. 실제 12개 지자체에서 규제를 완화했지만 도로 이격거리 규제를 없앤 곳은 과천·전주·양주시와 신안군 등 4곳뿐이다. 완화한 지역들도 도로 이격거리 200~500m, 주거지역 100~400m를 유지해 크게 바뀌지 않았다. 진주·상주시처럼 오히려 강화하는 곳도 있다.
혹서기에 야외 주차된 차량의 실내 온도는 70~90도까지 올라간다. 태양광 패널을 지붕 형태로 설치하는 주차장 태양광 설비는 그늘을 만들어 차량의 온도 상승을 막을 수 있다. 발전수익도 부가적으로 올릴 수 있어 설치를 늘리려 하지만 이격거리 규제에 발목이 붙잡힌 상태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태양광발전시설 조성을 추진하는 한국도로공사 측은 태양광발전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지자체 이격거리 조례로 인허가 취득이 불가능한 상황”을 들었다. 공사는 지난해 4곳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50곳에 ‘에너지 자립형 졸음쉼터’를 만들 계획인데, 규제가 걷혀야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이격거리 규제는 한국과 미국 외에 찾기 어렵고, 미국과 비교해도 한국 규제 강도는 주거지역 5배, 도로 10배 수준으로 높다.
최재빈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정부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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