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길어져 내수 회복 지연”…KDI, 올 성장률 2.5%로 하향
정부는 2.2%서 2.6%로 상향
수출 호조 근거 “회복” 발표
서로 석 달째 상반된 진단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0.1%포인트 내려 2.5%로 제시했다. KDI는 올해 반도체 호조세로 수출은 늘겠지만 내수 부진으로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올해 하반기 “내수가 회복할 조짐”이라는 정부의 진단과 상반된다.
KDI는 8일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5%로 수정했다. KDI는 매년 5월 상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한 뒤 8월에 수정 전망치를 제시한다. 지난 5월엔 수출 회복세를 근거로 이를 2.2%에서 2.6%로 상향했다.
KDI의 수정치는 기획재정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2.6%)보다는 0.1%포인트 낮고 한국은행과는 같다. KDI는 내년 경제성장률은 기존 전망치인 2.1%를 유지했다.
KDI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이유에 대해 “수출 증가세는 확대되겠으나 내수는 미약한 수준에 그치면서 경기 회복이 다소 지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민간소비가 상품소비를 중심으로 낮은 증가세에 그친 가운데 투자도 둔화하는 등 내수는 부진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직전 분기보다 0.2% 감소했다. 분기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22년 4분기 이후 1년6개월 만이다. 지난 5월에는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마이너스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 가계 실질소득은 1년 전보다 1.6% 줄었다.
KDI는 대내적 위험 요인으로 “물가 상승세 둔화에도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는 경우 내수 회복이 지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대외적으로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거나, 중국이나 미국의 경기가 급락하는 경우 한국 경제 회복이 더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올해 미국 대선 이후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 한국 기업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국책연구기관인 KDI는 정부와 내수 경기를 두고 석 달째 상반된 진단을 내놓고 있다. 앞서 기재부는 경제동향 5~7월호에서 “제조업과 수출 호조세에 내수 회복 조짐이 가세하며 경기 회복 흐름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지난달 3일 ‘2024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6%로 올렸다. 1분기 수출이 호조세를 보인 것이 주요 근거다. KDI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4%로 하향 조정했다. 내수 부진과 국제유가 하향 조정을 반영한 결과다. 취업자 수 증가폭 전망치도 종전 24만명에서 20만명으로 낮춰 잡았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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