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특사 명단에 김경수 전 지사 포함…윤 대통령 최종 결단할까
법무부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제출할 8·15 광복절 특별사면 및 복권 대상자에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포함됐다. 김 전 지사의 복권 여부는 윤 대통령 결단에 달렸다. 윤 대통령이 복권을 최종 확정할 경우 김 전 지사는 피선거권을 회복하고 2027년 대선 출마 길도 열린다.
법무부는 8일 사면심사위원회를 열고 특별사면·복권 대상자를 추렸다. 대상자에는 김 전 지사와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포함됐다고 정치권 관계자는 전했다. 사면심사위가 대상자를 선정해 법무부 장관에게 심사 의견을 제출하면, 사면권자인 대통령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명단을 최종 확정한다. 광복절 사면·복권 대상자는 오는 13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취임 후 다섯 번째 사면이다. 현기환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 원세훈 전 국정원장, 권선택 전 대전시장 등도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당초 이번 사면의 방점을 민생에 두기로 했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이번 사면의 방점은 민생에 찍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민과 자영업자 등 생계형 사범 위주로 사면·복권을 단행하면서 정치권 인사들을 일부 포함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통령실 등 여권은 김 전 지사 복권 여부를 두고 고심해 왔다.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협의로 복역하던 김 전 지사는 2022년 12월 복권 없이 사면됐다. 김 전 지사는 2027년 12월까지 피선거권이 박탈된 상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 전 지사와 조 전 수석을 언급하며 “정치권에서 (사면 복권 대상 후보로) 10명 정도 올라왔다”고 말했다. 후보군에 김 전 지사와 조 전 수석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결단만 남았다”고 했다.
김 전 지사 복권 여부는 그간 여권이 활용할 수 있는 ‘야권 분열 카드’로 지목돼 왔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일극체제가 유력한 상황에서 ‘친노무현(친노)계’와 ‘친문재인(친문)계’의 상징적 인사인 김 전 지사를 복권할 경우 ‘이재명 체제’를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김 전 지사 복권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내부에서 여러 각도로 논의한 결과) 이재명 독주를 제어할 수 있다는 찬성 의견과 해준다고 해도 무게가 덜하다는 반대 의견이 팽팽했다. (우리는) 기준에 따라 원칙적으로 처리하면 된다”고 밝혔다. 반면 다른 여권 관계자는 김 전 지사 최종 확정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 “‘김경수 복권 카드’를 꺼낸다고 해서 정치적 실익도 없는 상황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 전 지사와 조 전 수석의 경우 윤석열 정부가 아닌 지난 정부 때 사법 처리가 이뤄졌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전 정부 때의 일을 털어내면서 ‘통합 메시지’를 강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면이 대통령 권한인만큼 윤 대통령의 결단에 따라 최종 대상자가 바뀔 여지는 남아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절차가 진행중이며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광복절 사면을 앞두고 김 전 지사 복권 여부에 관심을 가져왔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지난 7일 “포용의 정치, 통합의 정치가 절실하다”며 “김 전 지사 복권이 그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부 민주당 인사들은 최근 김 전 지사의 복권 요청을 여권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면·복권 요청 대상에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와 이규민 전 민주당 의원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 내에서는 김 전 지사가 복권돼 차기 대선에 출마하게 되면 ‘비이재명(비명)계’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전 지사가 그간 구심점이 되지 못한데는 피선거권 박탈이라는 족쇄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그가 족쇄를 벗고 정치 재개에 나설 경우 민주당 내 세력 경쟁이 본격화 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그간 여권이 야권 분열 카드로 김 전 지사 복권 여부를 활용한다는 불쾌감도 감지된다. 친문계 한 의원은 “대통령 사면권을 정치공학적으로 따져 가면서 사용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일각에선 김 전 지사의 복권시 ‘친이재명(친명)계’를 중심으로 야권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 대통령 취임 후 광복절 특사는 경제인과 민생 사범을 위주로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22년 첫 광복절 특사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경제인을 중심으로 사면을 진행했다. 연말 두 번째 사면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 등 정치인 사면을 ‘국민 통합’을 들어 단행했다. 2023년 광복절 특사 역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명예회장 등 경제인 위주로 이뤄졌다. 이때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도 사면 명단에 포함돼 이후 보궐선거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단행한 설 특사에선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박근혜 정부 인사 등 여야 정치인들을 포함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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