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두 걸음’ 나아간 김수지…4년 뒤 LA에선 한 걸음 더[파리올림픽]
김수지(26·울산시청)는 괜찮다는 듯 웃었다. 8일(현지시간) 2024 파리 올림픽 다이빙 여자 3m 스프링보드 준결선에서 탈락한 직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김수지는 “그냥 제가 못한 거예요”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1~5차 시기 합계 272.75점을 얻은 김수지는 마지막까지 마음 졸이며 경기를 지켜봤다. 야스민 하퍼(영국)의 5차 시기 연기 점수에 따라 결선 진출 여부가 갈렸다. 하퍼도 마지막 연기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으나 합계 278.90점을 받아 상위 12명에게 주어지는 결선 진출권을 12번째로 따냈다. 하퍼에게 6.15점 밀린 김수지는 13위로 아쉽게 탈락했다.
김수지는 한국 여자 다이빙의 독보적인 존재다. 파리 대회까지 벌써 세 번의 올림픽에 참가했다. 여자 다이빙이 올림픽에서 거둔 최고 성적인 준결선 진출도 김수지가 3년 전 도쿄에서 이뤘다. 비인기 종목의 간판선수가 어깨에 짊어진 짐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국제대회에서 조금이라도 나은 성적을 내 관심을 끌고, 종목의 저변을 넓히는 데 기여해야 한다. 김수지는 이런 부담감에 대해 “누군가 해야 하는 역할을 제가 할 수 있어서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눈앞에서 결선 진출을 놓친 아쉬움을 당사자보다 크게 느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김수지도 “사실 담담하지 않아요”라고 고백하며 또 한 번 웃었다. 그는 올해 2월 도하 세계선수권 3m 스프링보드에서 311.25점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전날 예선에선 285.50점을 받았고, 준결선에선 이보다 더 낮은 점수를 얻었다. 사실 김수지는 세계선수권 이후 훈련에 몰입하다가 예상치 못한 신경통 때문에 운동을 오래 쉬었다. 손목에 “그냥 즐겨!”라는 타투 스티커를 붙이고 경기를 치른 그는 “훈련을 많이 못 했다. 제가 올라갔다면 정말 운이 좋았던 것”이라며 “올림픽을 준비하는 선수들은 모두 간절하다. 몸 관리를 잘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전했다.
김수지는 그러나 준결선 탈락의 이유를 복잡하게 따지지 않았다. 그는 “훈련량이 부족했던 와중에도 최선을 다했다”며 “제가 저 선수(하퍼)보다 준비가 덜 됐다”고 딱 잘라 이야기했다. 다이빙의 인지도를 높일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엔 미련이 남았다. 그는 “더 잘 돼서 다이빙의 인기가 많아졌다면 좋았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그래도 김수지는 여자 다이빙의 미래에서 희망을 본다. 그는 “지금 어린 선수들은 운동에 대한 욕심과 잘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크다”며 “잘 따라와 줘서 기특하고, 분명 더 잘하는 선수가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표현했다.
김수지는 마지막 올림픽이 될 4년 뒤 LA에서 다시 한번 새 역사에 도전할 생각이다. 그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메달을 목표로 잡고 차근차근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수지는 도쿄 준결선에서 15위를 했다. 파리에선 두 걸음 나아가 13위를 했다. LA에서 한 걸음만 더 내디디면 한국 여자 다이빙 최초 올림픽 결선에 도달할 수 있다.
김수지는 포기하지 않았다.
파리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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