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컵에 옮겨 담으면 ‘친환경’?

이두리 기자 2024. 8. 8.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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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 ‘음료 따르고 남은 빈 페트병 재활용’ 두고 “그린 워싱” 비판
파리 올림픽 경기장에서 플라스틱 병에 든 코카콜라를 플라스틱 컵에 따라주는 장면. 가디언 캡처

2024 파리 올림픽은 올림픽 역사상 가장 친환경적인 대회를 표방한다. 2012 런던 올림픽보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구체적인 목표까지 내걸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이러한 친환경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그린워싱’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파리 올림픽은 후원 기업에 대해 물품을 조달할 때 지속 가능성과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도록 장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리 올림픽의 주요 후원 기업인 코카콜라는 이러한 지침을 지키기 위해 관객이 경기장에 입장할 때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음료를 플라스틱 ‘에코 컵’에 옮겨 담도록 했다. 환경 보호라는 명분으로 플라스틱 용기를 이중으로 사용한 것이다.

코카콜라는 파리 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약 1800만 잔의 음료를 제공하는 공식 후원 기업이다. 코카콜라는 관중뿐 아니라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에게도 조달된다. 코카콜라는 성명을 통해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이겠다는 올림픽의 포부를 지지하며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코카콜라는 경기장에 700개의 탄산음료 음수대를 설치하고 960만 병의 음료를 일회용 플라스틱 없이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코카콜라는 음수대를 설치할 수 없는 곳에서는 620만 병의 음료를 다회용 플라스틱 컵에 따라 관중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카콜라는 안전과 식품 품질 유지를 위해 모든 경기장에 음수대를 설치할 수 없다며 음료를 따르고 남은 빈 플라스틱 용기는 따로 보관해 재활용하겠다고 했다.

플라스틱병에 담긴 음료를 재사용 가능한 플라스틱 컵에 붓는 행위에 대해 프랑스 환경 단체 ‘노 플라스틱 인 마이 시’의 활동가 뮤리엘 파판은 “플라스틱이 하나 대신 두 개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녹색당 대변인인 소피 부시에르는 코카콜라의 이러한 행위를 ‘환경 범죄’라고 비판하며 “이것은 프랑스에도, 코카콜라라는 기업에도 좋지 않은 이미지를 만들 뿐”이라고 말했다.

코카콜라는 관중에게 2유로의 보증금을 내고 다회용 플라스틱 컵을 제공하며, 이를 반환할 시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프랑스 국립 농업식품환경연구소의 연구 책임자인 나탈리 곤타르는 “플라스틱 병에 담긴 음료를 플라스틱 컵에 옮겨 담는 건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다루는 기이한 방법”이라며 “모든 경기 현장에 음수대를 설치하고 관객이 개인 컵을 가져와 음료를 담아 마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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