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장 줄줄이 폐업하는데”…박태준 金, 저출산 위기 속 빛났다[파리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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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박태준(20·경희대)이 7일(현지시각) 금메달을 거머쥐면서 태권도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켰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3년 폐업한 국내 태권도장은 244곳이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태권도 종목은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로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하면서 종주국의 위상이 꺾이는 설움을 맛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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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골드’ 굴욕 씻은 박태준
“오늘을 위해 20년 살았다”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차민주 수습기자]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박태준(20·경희대)이 7일(현지시각) 금메달을 거머쥐면서 태권도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켰다. 이번 금메달은 유독 특별하다. 저출산으로 태권도 시장이 대폭 축소되는 상황에서도 태권도 명맥을 이어냈기 때문이다.
태권도 시장은 저출산의 여파를 고스란히 받으면서 악전고투 중이다. 저출산으로 문을 닫는 초등학교가 늘고있는 것과 같다. 원생의 90%가 초등생인 태권도장도 같은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3년 폐업한 국내 태권도장은 244곳이다. 폐업장이 3곳에 그친 2013년과 비교하면 10년 새 폐업 건수가 약 81배 늘어났다. 연간 폐업 도장은 2016년 처음으로 100개를 넘어섰고, 이후 꾸준히 증가세에 있다. 엘리트 체육인으로 들어서는 태권도 유소년 인구가 확연히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태권도장이 ‘돌봄 시설’이라는 인식도 엘리트 체육계로 들어서는 길목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태권도장=어린이집’이라는 인식이 더해지면서 엘리트 태권도를 지망하는 청소년·성인 비율은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엘리트 체육인의 산실인 태권도 대학부와 실업팀의 비율을 보면 2022년 기준 전국 태권도단체 1만 4987개 중 대학부는 594개(4%), 실업팀인 일반부는 199개(1.3%)에 불과하다.
세계태권도 중앙도장인 국기원은 비상 상태다. 국내 태권도장의 운영난을 덜기 위해 각종 정책 지원을 모색하고 있으나, 타진이 쉽지 않다. 지난해 2월 국기원 주최로 열린 ‘국기태권도 법제화 이후의 과제 연구 포럼’에서 신명희 고려태권도장 관장은 “저출산의 위기가 일선 태권도장의 위기”라며 “지금 일선 도장에선 원생들이 눈에 띄게 줄어 생존을 걱정할 판”이라고 우려했다.
태권도의 위기는 올림픽에도 반영됐다. 태권도 시장이 위축되자 스포츠로서의 경쟁력도 차츰 약화한 것이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태권도 종목은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로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하면서 종주국의 위상이 꺾이는 설움을 맛 봤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도 출전 선수가 4명에 그쳤다. 역대 최소 인원이다. 이들이 도쿄 ‘노골드’ 굴욕을 씻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면서 선수들의 부담이 컸다. 그럼에도 박태준은 부담을 이겨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 직후 박태준은 취재진 앞에서 “20년을 이 순간을 위해 살아오지 않았다 생각이 든다. 내 선수 생활이 담긴 금메달”이라고 기뻐했다.
이 말의 진정성은 그의 삶이 대변해 준다. 박태준은 평생 ‘태권도 바라기’로 살아왔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친구를 따라 도장을 다니다, 12살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이대훈(대전시청) 코치를 선망해 이 코치의 출신 학교인 한성고등학교에 진학하기까지 했다.
그의 선수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라이벌인 장준(한국가스공사) 선수를 마주할 때마다 번번이 고배를 마셨지만, 지난해 2월 올림픽 선발전에서 극적으로 장준을 제치고 파리행 티켓을 따냈다.
박태준은 이번 대회에서 태권도의 본질인 ‘예와 도’ 정신을 선보이기도 했다.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그는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고통을 호소하는 상대 선수, 가심 마고메도프(아제르바이잔)에게 다가가 격려와 위로의 말을 먼저 건넸다. 저출산 시대와 돌봄 공백으로 태권도의 ‘무술’ 성질이 퇴색되고 있는 가운데 태권도 정신의 명맥을 잇는 장면이라는 평이 나온다.
notstrong@heraldcorp.com
cham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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