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히로뽕 유통왕’ 추적해보니[책과 삶]
뽕의 계보
전현진 지음
팩트스토리 | 252쪽 | 1만6800원
검색창에 ‘필로폰’을 입력해본다. ‘당신 곁에 우리가 있어요!’ 마약류 퇴치 캠페인 문구가 뜬다. 뉴스 탭으로 옮겨볼까. 오늘 하루에만 수십건 쏟아진 마약 관련 기사의 목록이 뜬다. 더 이상 새로운 일도 아니다. 2023년에는 연간 마약 사범이 사상 최초로 2만명을 넘겼다. 이 가운데 약 70%가 향정사범, 즉 ‘히로뽕’ 사용자다. 히로뽕은 가장 많이 쓰고 거래되는 마약이다. 마약계의 기축통화인 셈이다.
이쯤 되면 히로뽕에도 계보가 필요한 게 아닐까. 경향신문 기자인 전현진은 생각했다. 3년의 취재를 거쳐 <뽕의 계보>를 썼다. 히로뽕 유통왕을 추적한 최초의 한국 논픽션이다.
책은 히로뽕 유통 피라미드의 꼭짓점에 선 사람들, 일명 ‘마약왕’이라 불리던 이들의 생애를 통해 뽕의 계보를 그려나간다. ‘1호 히로뽕 사범’이자 재일조선인인 정강봉, 한때 히로뽕 세계의 거물이라 불렸으나 쓸쓸한 죽음을 맞은 김동일, 지금은 주류가 된 비대면 텔레그램 유통망을 만든 ‘로뽕이’ 같은 이들이다. 이들의 삶과 이야기에는 히로뽕 비즈니스의 태동과 진화, 현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현진은 법원을 담당하던 2021년 히로뽕계를 주름잡던 마씨의 재판을 지켜보며 의문을 품었다고 한다. ‘한국 사회에는 어쩌다 이렇게 히로뽕이 넘쳐나게 됐을까?’ 그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따라 꼬박 3년을 매달렸다. 마약 관련 활동가, 전직 마약 판매업자부터 시작해 교도소에 갇혀 있거나 출소한, 어쩌면 다시 수감될지 모르는 마약왕들을 취재했다. 3년 동안 그가 접촉한 취재원은 총 42명. 그중 대부분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인터뷰했다. 동시에 방대한 자료 조사를 통해 이들의 증언을 꼼꼼하게 교차 검증했다. 한 편의 스릴러 영화처럼, 히로뽕의 세계로 독자를 단숨에 끌어당기는 논픽션은 이렇게 탄생했다. 생생하게 펼쳐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뽕 유통’의 역사 60년 마주하게 된다. 이 계보에 수많은 마약왕들이 이름을 올릴 것이라는 저자의 마지막 말은 씁쓸함을 남긴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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