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에서 봤다고? 원작은 더 끝내줘[책과 삶]
삼체
류츠신 지음 | 자음과모음
<삼체>는 넷플릭스 드라마로 각색되면서 꽤 알려졌다. SF로서 흥미로운 설정과 아이디어들이 충만하지만, 그것보다는 마치 <삼국지>를 떠올리게 하는 지략소설로서 추천한다. 유난스러운 이 여름의 무더위를 잠시나마 잊도록 도전해보기에 좋은 작품이다.
지구에서 4광년 떨어진 곳에 살던 외계인들이 인류를 정복하고자 우주함대를 출정시킨다. 그들이 도착하기까지는 400년이 남았는데, 그사이에 인류가 과학기술을 발전시키지 못하도록 미리 손을 쓴다. 평소 <스타 워즈> 같은 우주 SF에 익숙하다면 4광년을 날아오는 데 400년씩이나 걸린다는 설정이 좀 어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삼체>는 현실의 물리 법칙을 아주 충실하게 반영한 작품이다. 우주함대처럼 엄청난 질량을 가진 물체는 가속도를 더하려면 할수록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인류의 현재 과학기술로는 엄두도 못 낼 경지이다.
아무튼 외계인의 침공을 알게 된 인류는 반격을 도모한다. 대략 여기까지가 드라마로 각색된 부분이다. 원작 소설은 이 뒤로 시공간적 스케일이 어마어마하게 확장된다. 인류보다 월등한 과학기술력을 지닌 외계인들이 어떻게 압박해오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세에 몰린 지구인들이 어떻게 위기를 벗어나려 하는지, 그리고 뒤에 새롭게 등장하는 제3의 존재는 또 어떤 태도를 드러내는지 등등. 인류와 외계인들 간에 오가는 치열한 수싸움과 다채로운 캐릭터들이 장관이다. 넷플릭스에서는 원작의 2, 3부도 가급적 그대로 영상화하겠다고 예고했는데, 원작을 읽고 나면 과연 어떻게 시각적인 연출을 할 것인지 무척이나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삼체>는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절 휴가지에서 탐독했던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생각해보면 다수의 과학기술적 전략무기를 보유한 지구 최강대국의 수장이라는 자신의 처지를 대입하며 각별하게 보았던 부분도 분명 있었을 것 같다.
플라네타륨 고스트 트래블
사카쓰키 사카나 | 재담미디어
<삼체>와 대비되는 감성적인 스타일로 시각 이미지 그 자체들이 청량감을 주는 SF 만화이다. 누구나 한 번쯤 꿈꾸어봤을, 우주 이곳저곳을 떠돌며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사연들을 듣고 나만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을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면서 대리 체험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은하철도 999>의 한 변주라고나 할까.
검은 우주공간과 푸른 배경만으로 설정된 색채의 조합이 취향을 저격하고, 여러 캐릭터들과 그들이 품은 이야기들, 또 빚어내는 사건들도 흥미롭다. 그러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는 시적 울림이다. 읽다 보면 주인공이 겪는 일들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심정이 되고 그저 그가 주유하는 공간 그 자체가 아련하게 마음에 남는다. 아마도 문득 우주가 그리울 때마다, 아니 일상을 벗어나서 잠시나마 꿈의 공간으로 순간이동 하고 싶을 때마다 계속 꺼내 보곤 하는 책이 될 수도 있다.
2023년에 볼로냐 라가치상을 받았으며, 같은 세계관을 지닌 <별을 여행하는 소년>도 번역판이 나왔다.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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