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박완규, 노예될 뻔? "멸치잡이 배 납치도 인신매매"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08월 08일 (목)
■ 진행 : 황윤창 변호사
■ 대담 : 황정원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황윤창 변호사 (이하 황윤창) : 여러분은 인신매매 하면 어떤 사건이 가장 먼저 떠오르십니까? 지인이 자신의 돈을 갚지 않고 도주하자 이에 붕괴한 A씨는 사람 장기를 팔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에 혹해 SNS를 통해 장기 적출 인신매매 브로커와 연락을 시도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인신매매 하면 떠올리는 사건들 바로 이런 것들이죠. 그렇다면 이 경우는 어떨까요? 한 예능 프로그램에 가수 박완규 씨가 출연하여 어린 시절 인신매매를 당할 뻔했다며 밝힌 내용입니다. 노동 착취 역시 인신매매의 한 단면입니다. 하지만 2014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안 염전 노예 사건의 가해자. 이 가해자는 인신매매가 아닌 임금 체불로 처벌을 받게 됐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문제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 X파일 황윤창 변호사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황정원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황정원 변호사 (이하 황정원) : 안녕하세요. 황정원 변호사입니다.
◇ 황윤창 : 오프닝에서 얘기했던 사건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자신의 돈을 갚지 않는 채무자의 장기 매매를 시도했던 그러니까 SNS에 장기 매매를 한다는 글을 올렸던 이 사건. 보통 인신 매매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케이스입니다.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설명해 주세요.
◆ 황정원 : 남성이 자신의 돈을 갚지 않는 채무자들과 그 채무자들의 자녀까지 총 6명을 인신 매매하기로 마음먹고 SNS에 어린아이부터 30대까지 각종 장기를 판매한다면서 120차례의 장기 매매 글을 올렸습니다. 이 남성은 실제로 한 명당 20억 원을 주겠다는 익명의 인신매매 브로커와 접촉을 하기도 하였는데요. 결국 이 남성은 인신매매 브로커를 가장해서 접근한 경찰관에 붙잡혀서 재판에 넘겨졌다고 합니다.
◇ 황윤창 : 다행히 실체 장기 매매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처벌은 받았죠.
◆ 황정원 : 네, 1심 법원은 이 남자에게 장기 적출 목적 인신매매죄와 살해를 목적으로 한 13세 미만 약취유인죄를 적용하여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였습니다. 그러자 남성은 실제 인신매매의 의도가 없고 형량이 무겁다는 이유로 항소를 하였고, 2심 법원은 남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아 항소를 기각하면서 형이 확정되었습니다.
◇ 황윤창 : 그런데 말씀해 주신 거 들어보면 인신매매법으로 처벌받은 게 아니고 형법에 있는 인신매매죄로 처벌이 됐다는 말씀이신 거죠?
◆ 황정원 : 그렇습니다. 그동안 인신매매의 경우 형법 제289조에서 정한 죄로 처벌을 받거나 다른 혐의, 이를테면 준사기 근로기준법 위반, 장애인복지법 위반으로 처벌받았습니다. 형법 제289조에서 규정된 인신매매죄의 경우에도 2013년 형법 일부 개정을 통하여 처벌 조항을 신설하고 노동력 착취, 성매매와 성적 착취, 장기 적출 등 신종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를 추가하면서 법정형을 상향함으로써 처벌 범위를 확대한 것인데요. 그전까지는 국외 이송을 위한 약취 유인 매매죄라고만 해서 처벌 대상에 한정이 되어 있었고 형량이 낮다는 문제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2021년에는 인신매매 등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즉 인신매매 방지법을 제정하여 2023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 황윤창 : 네, 말씀해 주신 것처럼 형법에도 인신매매죄로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 인신매매 방지법이 별도로 제정됐다는 건 뭔가 사각지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되겠습니까?
◆ 황정원 : 인신매매 방지법을 제정한 배경에는 기존 형법상 인신매매는 사람의 매매 사람을 사고 판다는 거죠. 여기에 한정하면서 성매매와 성적 착취, 노동력 착취와 같은 범죄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문제점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인신매매에 대한 국제사회 기준에 부합하고 효과적으로 피해자 보호 체계를 마련하기 위하여 별도의 법률로 제정되게 된 것입니다.
◇ 황윤창 : 얘기를 듣다 보니까 저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그 2014년에 정말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이죠. 신안 염전 노예 사건 이거야말로 인신매매의 전형적인 표본 아니겠습니까?
◆ 황정원 : 맞습니다. 정말 크게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사건이죠. 프로그램으로도 많이 방송이 됐었고요. 전라남도 신안군 신의도에 있는 염전에서 지적장애인들에게 직업을 소개해 준다면서 약취 및 유괴를 하고 감금을 한 뒤 짐승만도 못한 처우를 하면서 아주 열악한 환경에서 강제 노동을 시킨 사건입니다.
◇ 황윤창 : 당시 그 사건 발생했을 때 제가 정말 황당했던 건 주민들 그리고 가해자의 반응이었던 것 같습니다. 갈 데 없는 사람들한테 먹여주고 돈도 주는데 왜 우리가 나쁜 소리 들어야 되는지 모르겠다 이런 얘기가 나왔었거든요.
◆ 황정원 : 그렇습니다. 피해자들을 구출하기까지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은 직접적인 가해자뿐만 아니라 해당 섬의 주민들 그리고 심지어는 인근 공무원들까지 합심을 해서 이 범죄에 가담하거나 은폐를 하였기 때문인데요. 도망치려던 피해자들은 매번 마을 주민들이 전화를 하면서 다시 발각돼서 잡혀가고 협박을 받으면서 강제 노동을 계속하였다고 합니다. 이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어떤 염전 주인은 집에서 키우던 개가 집을 나가면 찾겠어요 안 찾겠어요? 이렇게 대답하기까지 했는데요. 폐쇄적인 섬 노예 인신매매의 실상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 황윤창 : 그런데 사실 많은 국민들이 더 황당해했던 건 그 가해자들이 받은 형량이 상당히 낮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어땠습니까?
◆ 황정원 : 그렇습니다. 무려 60명이 넘는 장애인이 강제노동을 당했는데 33건의 재판 중 26건이 벌금 또는 집행유예로 끝났습니다. 염전 업주는 3년 6개월의 실형만을 선고받았는데요. 형법상 인신매매죄는 직접적으로 사람을 사고 판 경우에만 해당돼 적용이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그렇지만 폭행죄 등 다른 제명을 정해서라도 이미 우리나라 형법에 정해진 것으로 높은 형량을 선고하는 것이 가능한 상황이었는데도 법원은 관행적인 위법 행위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다. 이러한 참작 사유를 들고 식사나 환경이 도저히 인간다운 생활이 불가능할 수준이었음에도 숙식 제공을 하였다는 것을 마치 임금 지불을 일부 한 것으로 보는 등 그야말로 솜방망이 처벌만을 받았습니다.
◇ 황윤창 : 똑같은 사건에 대한 재판이 지금 그러니까 2024년에 열린다고 하면 결과가 다르게 나왔겠네요.
◆ 황정원 : 제가 사건을 맡게 된다면 인신매매죄를 포함해서 가능한 모든 죄명으로 형사고소를 하고 별도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서 가해자들이 잘못에 걸맞은 책임을 지도록 할 것입니다. 인신매매 방지법이 제정된 것처럼 사회적 인식 변화가 반영된 판결을 지금은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황윤창 : 앞서 오프닝에서 가수 박완규 씨 얘기도 나왔었는데 멸치잡이배 노예로 팔려갈 뻔했다. 변호사님도 그 관련 방송을 보셨나요?
◆ 황정원 : 방송을 보진 않았고 나중에 기사로는 봤는데요. 저도 어린 시절에 이렇게 무서운 괴담들이 도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누가 잡혀갔다던가 트럭에서 도와달라고 했는데 갔더니 잡혀갔다. 그리고 검은 봉고차가 골목에 서 있다가 사람들을 데려갔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습니다.
◇ 황윤창 : 어렸을 때 얘기 들은 게 이상한 아저씨들이 어디 가자 그러면 따라가지 마라 이런 얘기들 어른들이 많이 해 주셨었는데 이때가 89년도였다고 하더라고요. 그 만약 당시에 납치범이 재판에 넘겨졌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그때는 형법에도 인신매매죄가 없을 때 아닙니까?
◆ 황정원 : 89년도면 2013년 형법 일부 개정으로 현재와 같은 인신매매죄가 규정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9개 이상을 목적으로 사람을 약취 유인 매매에 해당하는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처벌할 수 있었고, 박완규 씨가 당시 고1이었다고 하니까 미성년자 약취유인죄로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2024년 현재는 미성년자 약취유인죄는 과거와 같고 다만 형법 제289조의 인신매매죄 규정에 따라 길게는 2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겠습니다.
◇ 황윤창 : 노동 착취뿐만이 아니라 성매매와 성착취 이런 것들도 인신매매로 볼 수 있는 거죠.
◆ 황정원 : 형법 제289조 제2항은 노동력 착취, 성매매와 성적 착취, 장기 적출를 목적으로 사람을 매매한 사람에 대하여 2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신매매 방지법 제2조 제1호는 성매매와 성적 착취, 노동력 착취, 장기 적출 등의 착취를 목적으로 폭행, 협박 등 각 목에 규정된 행위로 사람을 모집, 운송, 전달, 은닉 은계 또는 인수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당연히 인신매매의 경우에 포함된다고 볼 것입니다.
◇ 황윤창 : 변호사님 보시기에 인신매매 방지법 사각지대랄까요? 더 보완해야 될 부분은 없을까요?
◆ 황정원 : 인신매매 방지법에 대해서 변호사님은 혹시 알고 계셨습니까?
◇ 황윤창 : 평상시에 저희가 하는 사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혐의는 아니긴 하죠.
◆ 황정원 : 인신매매 방지법은 인신매매에 대한 개념을 넓히기는 했지만 이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없기도 합니다. 그만큼 이제 좀 홍보가 좀 필요한 상황이고요. 그리고 인신매매 방지법이 인신매매 개념을 넓히긴 했지만 법을 살펴보면 처벌 조항이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통상 범죄처벌법이 먼저 제정되고 피해자 보호법이 제정되거나 함께 제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인신매매 방지법은 별도의 처벌법 마련 여부나 이런 논의나 재정의 없이 먼저 피해자 보호법부터 마련된 상황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처벌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또한 인신매매에 관련한 범죄 피해자가 평균적으로 한 회당 최소 665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인신매매 방지법이 2023년 1월부터 시행돼서 벌써 1년 6개월이 지났는데요. 그런데도 이 법에 따라서 보호 및 지원을 받은 피해자는 단 10명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매우 적은 수준이죠. 따라서 실제 보호와 지원을 받기까지 시스템을 과연 잘 구축하고 있는지 피해자 보호법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점검을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 황윤창 : 사건 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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