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논란’ 女복싱 칼리프 이어 린위팅도 결승 진출 [파리 2024]

57㎏급 준결승서 튀르키예 선수에
5-0 만장일치 판정승… 최소 銀 확보
칼리프, 압도적 실력에 불공정 지적
두 선수 모국, 알제리·대만선 응원 쇄도

남성 염색체 ‘XY’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성별 논란을 빚은 여자 복싱 선수 두 명이 모두 2024 파리 올림픽 결승전에 진출했다.

대만의 린위팅(29)은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열린 복싱 여자 57㎏급 준결승전에서 튀르키예의 에스라 카르만을 상대로 5-0(30-27 30-27 30-27 30-27 30-27) 만장일치 판정승을 따냈다.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57㎏급 준결승전 종료 뒤 심판이 대만 린위팅의 손을 들어올리며 승리를 선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로써 전날 여자 66㎏급 결승 진출을 확정한 이마네 칼리프(26·알제리)와 함께 이번 올림픽 최대 이슈 중 하나였던 ‘성별 논란’을 빚은 두 선수가 모두 최소 은메달을 확보했다. 린위팅은 한국시간으로 11일 새벽 율리아 스제레메타(폴란드)와, 칼리프는 10일 새벽 양리우(중국)와 결승전을 치른다.

린위팅과 칼리프는 지난해 국제복싱협회(IBA)가 주최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성을 의미하는 ‘XY 염색체’를 가졌다는 이유로 실격 처리됐다. 그러나 IBA는 자체적으로 진행한 성별검사의 결과지나 방법 등에 대해 공개하지 않아 이들이 실제로 어떤 염색체를 가졌는지는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IBA의 실격 처분이 부당하다며 두 선수의 이번 파리 올림픽 출전을 허가했다. IBA가 승부조작, 부패와 재정 투명성 등의 문제로 공식 협회 인증을 박탈당하면서 IOC가 선수들의 출전 여부를 정했다. IBA는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가스프롬을 단독 후원사로 두고 있으며, 회장 역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러시아인 우마르 크레믈레프다.

그러나 칼리프가 16강전에서 46초 만에 상대 선수의 기권을 받아내는 등 압도적인 실력 차를 보이는 모습에 이들과의 경쟁이 불공정하다는 지적도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칼리프에게 펀치 두 방을 맞자마자 기권한 안젤라 키리니(이탈리아)가 당시 “나는 내 목숨을 지켜야 했다”고 호소하자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남성의 유전적 특성을 가진 선수가 여성 대회에 출전하는 건 공정한 경쟁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칼리프와 린위팅은 성발달이상(DSD)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경우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일반 여성보다 월등하게 많이 분비된다.

두 선수의 모국인 대만과 알제리에서는 응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대만 체육부는 린위팅의 성별 논란이 “허위 정보”라며 IBA에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선언했고, 알제리 일간지 ‘에코루크’는 “칼리프가 증오와 인종차별에 맞서 마지막 라운드를 앞뒀고, 그는 알제리 스포츠를 상징한다”는 찬사를 보냈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