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어느 지방 사립대 총장의 출사표(出師表)

전민현 인제대 총장 2024. 8. 8.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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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는 듯한 여름에 벚꽃 얘기를 하고자 한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에 가장 민감한 사람은 아마 '지방대학 총장'일 것이다.

누군가 세상의 변화와 우리의 의지를 이해하고 기회를 열어 준다면, 앞으로 이 나라의 지방대학은 '지역의 대학'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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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현 인제대 총장

찌는 듯한 여름에 벚꽃 얘기를 하고자 한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에 가장 민감한 사람은 아마 ‘지방대학 총장’일 것이다. 그 가운데 지방 사립대 총장들의 고민이 얼마나 심각한지 그 자리를 거쳐 간 수많은 선배 총장 누구도 상상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2000년 이후 거의 한 해에 대학 하나가 사라지고 있다. 고민 많은 지방 사립대 총장은 뭐라도 해법을 마련해야 했다. 오늘 내가 찾은 길을 얘기해 보고자 한다.

해법 전에 문제를 진단하는 게 우선일 것이다. 지금 지방대의 위기는, 지방(소멸)의 위기이기도 하고, 수도권 집중의 결과이기도 한데, 그것은 인구 교육 집값 양극화 등 모든 문제와 연결돼 있다. 이는 다시 국가 경쟁력의 위기와 연관돼 있다는 점만 지적하고자 한다.

결국 국가 차원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인데, 시간이 없다. 지역대학은 나름대로 길을 찾아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원인도, 해법도 ‘지역’에 있다.

5년간 중소도시의 지방 사립대 총장을 맡아왔다. 지역에 뿌리내리지 않으면 대학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지역도 대학 없이 발전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계 속으로”와 “지역 속으로”를 함께 외쳤고, ‘지역연계협력본부’를 만들었다. 운이 좋았는지 첫 임기의 끝자락에 준비하던 것을 해볼 기회가 생겼다. ‘글로컬대학30’ 사업이었다.

중앙에서 세워 놓은 특성화 계획이 아니라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할 기회가 왔다. 인구 53만의 김해시와 먼저, 그리고 단계별로 밀양, 양산까지 100만 배후 도시와 연결해 도시의 대전환을 대학이 주도하는 계획을 대학 구성원 모두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고민하며 만들었다. 사립대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최대한 끌어 올리기 위해 지자체, 산업계, 시민사회와 함께 올-시티 거버넌스라는 개념 아래 공공 재단을 세우기로 했다. 시민이 학생이고 학생이 시민인 도시를 위해 100개의 현장 캠퍼스를 도시 전체에 만드는 올-시티 캠퍼스를 설계했다. ‘도시를 책임지는 대학, 대학을 책임지는 도시’라는 대한민국에 유례가 없는 모델이자, 글로벌한 벤치마크가 될 계획이었다.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으나 작년 첫 시도는 성공적이지 않았다.

그래도 전국의 여러 전문가에게 “대한민국에 도시를 책임지는 대학이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는 응원을 들었다. 우리 자신보다 이 모델에 더 큰 기대를 하는 이들의 성원에 힘입어 지난주 다시 계획서를 제출했다. 지자체와 시민의 응원과 참여도 적극적이었다. 감사하게도 시민은 시민 펀드에 동참해 주기로 했다. 지난해 실패 이후 많은 계획을 이미 실천에 옮겼다. 더 이상 페이퍼플랜이 아니었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우리는 이 방향으로 나간다는 다짐이었다.


누군가 세상의 변화와 우리의 의지를 이해하고 기회를 열어 준다면, 앞으로 이 나라의 지방대학은 ‘지역의 대학’이 될 것이다. 대학의 의미와 역할이 바뀔 것이다.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맞은 위기, 벚꽃이 지는 순서대로 극복할 것이다. 기대해도 좋다. 작지만 강한 한 사립대 총장의 성실한 충언이자 절실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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