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허리디스크 한방병원과 수상한 건강보험 적용

강현석 2024. 8. 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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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은 준조세의 성격을 지닌 공적 재원이다. 그런데, 최근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 적용의 기준과 절차를 무시하고 특정 의료기관에 특혜를 준 정황이 뉴스타파 취재로 드러났다. 특혜 의혹을 받는 곳은 국내 최대 규모의 한방병원인 자생한방병원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보건복지부는 자생한방병원이 특허를 가진 한약과 한약재에 대해 건강보험 요양급여를 지급했고, 독자 개발한 한방병원의 의료기술에까지 세금을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보건복지부 스스로 정한 규정과 절차는 무시됐다. 보건복지부와 자생한방병원이 얽힌 특혜 의혹을 3편에 나눠 보도한다. -편집자주

자생한방병원, 복지부 기준 어기고 수개월간 건강보험 급여 받다 적발

② 국내 최대 허리디스크 한방병원과 수상한 건강보험 적용

③ 보건복지부, 타당성 없다는 예타 무시하고 자생한방병원에 세금 지원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 적용 특혜’ 의혹이 제기된 청파전의 원료인 하르파고피툼근을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 편입시키는 과정에 신준식 자생한방병원 명예이사장이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신준식 이사장이 회장으로 있는 대한한방병원협회는 보건복지부에 ‘하르파고피툼근’을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 넣어달라는 의견을 냈고, 보건복지부가 이를 반영해 하르파고피툼근을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 포함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한방병원협회는 한방병원들의 이익을 위해 만든 직능단체로 신준식 이사장이 10년 넘게 협회 회장을 맡고 있고, 이사 16명 가운데, 자생한방병원 소속 이사가 5명에 달하는 등 자생한방병원의 영향력이 큰 곳이다. 

한의사가 조제한 한약이 건강보험 요양 급여를 받기 위해선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기준처방 목록에 포함되거나,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CPG)상 치료 권고등급이 B이상이어야 한다. 그런데 자생한방병원이 개발한 한약인 청파전은 기준처방 목록에 없고, 치료 권고등급도 지금까지 모든 연구에서 C상태에 머물렀다.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 대한 내용은 1편에서 확인)

▲ 2015년 허리디스크에 대한 한의 표준임상진료지침 상, 청파전은 C등급을 받았다. 

보건복지부는 <첩약 건강보험 적용 2단계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한약에 대한 건강보험 지급 절차를 마련했다. 이에 따르면, 먼저 수많은 한약 중에서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기준처방을 추린 뒤 원료에 해당하는 한약재까지 건강보험을 적용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한약재 없이 한약을 조제할 수 없으니, 그 원재료까지 건강보험 급여를 지급하는 구조인 것이다. 

▲ 수많은 한약 중에서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기준처방을 추린 뒤 원료에 해당하는 한약재까지 건강보험을 적용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한약재 없이 한약을 조제할 수 없으니, 그 원재료까지 건강보험 급여를 지급하는 구조다.

그러나 이번 뉴스타파 취재로 드러난 청파전의 보험 청구 과정은 그 반대였다.

한약으로써 실제 환자들이 처방받는 청파전은 보건복지부의 기준처방 목록에 들어 있지 않아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없는데도, 청파전의 주원료인 하르파고피툼근만 '단독으로' 급여 대상에 포함됐다. 김호범 대한한약사회 학술위원은 “건강보험 자료상으로 기준처방 없이 한약재만 따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는 건 불가능하다”며 “기준처방이 있어야 보험 청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한한방병원협회가 하르파고피툼근의 건강보험 급여 대상 결정 관여

그런데 뉴스타파 취재 결과, ‘건강보험 적용 특혜’ 의혹이 제기된 하르파고피툼근의 건강보험 편입 과정에 대한한방병원가 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한방병원협회는 한방병원들의 이익을 위해 만든 직능단체다. 하르파고피툼근의 약제 특허를 가진 자생한방병원 신준식 이사장이 10년 넘게 회장을 맡고 있다. 또한 신준식 이사장을 뺀 협회 이사 16명 가운데, 자생한방병원 소속 이사는 모두 5명에 달한다. 

▲ 신준식 이사장을 뺀 대한한방병원협회 협회 이사 16명 가운데, 자생한방병원 소속 이사는 모두 5명에 달한다

이렇게 자생한방병원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대한한방병원협회는 하르파고피툼근을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 포함하도록 보건복지부에 의견을 제시했고, 이를 근거로 자생한방병원은 청파전을 홍보하며 건강보험 급여를 타냈다.

이 때문에 보건복지부가 스스로 세운 기준과 절차를 무시한 채 특정 한약재를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 포함시켜, 자생한방병원에 특혜를 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그러나 대한한방병원 협회 관계자는 “투명한 절차를 거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리디스크의 건강보험 적용 과정에도 자생한방병원 연루 정황

자생한방병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는 특혜 의혹은 이뿐만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첩약 건강보험 적용 2차 시범사업>을 통해 요추추간판탈출증, 즉 ‘허리디스크’를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 편입했고 이 시범사업을 통해 하르파고피툼근은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한약재가 됐다. 

그런데 허리디스크는 MRI나 CT 등 영상의료기기를 갖춘 의료기관에서 영상 판독을 거쳐 확진을 내리는 근골격계 질환이다. 영상의료 장비를 갖추지 않은 한의원에선 허리디스크 진단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실제 보건복지부가 2018년 한약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목표로 대한한의사협회와 논의한 내용을 보면, 허리디스크는 그 당시만 해도 한의약계가 요구하는 급여 대상  후보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2018년 대한한의사협회 명의로 작성된 <첩약 건강보험 급여화 방안> 문건을 보면, 뇌혈관질환 후유증, 기능성 소화불량, 알러지 비염, 월경통, 안면 신경마비 등 5개 항목이 보험 적용 최우선 질환으로 적혀 있다. 이들 5개 질환은 실제 지난 4월부터 가장 먼저, 건강보험 혜택을 받고 있다. 반면, ‘허리디스크’는 애초 한의약계가 요구하는 건강보험 급여 대상 후보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들 5개 질환과 함께 보험 적용 대상이 됐다.

또한 ‘허리디스크’의 한약 치료 권고등급은 한국한의학연구원의 2015년 연구 결과에 따라, 2020년까지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C였다. 하지만 2021년 경희대 한의대가 주도한  새로운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이 발표되면서, 허리디스크도 C등급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B등급으로 상향 조정될 수 있었다. 

등급 C에서 B등급 상향조정 과정에 자생한방병원 소속 개발위원·자문위원 3명 참여 

그런데, 허리디스크의 권고등급이 조정되는 과정에, 자생한방병원 소속 의료진 3명이 각각 한의약 권고등급을 결정하는 연구개발위원과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사실이 확인됐다.

▲ 허리디스크의 권고등급이 조정되는 과정에, 자생한방병원 소속 의료진 3명이 각각 한의약 권고등급을 결정하는 연구개발위원과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한 자생한방병원 신준식 이사장은 대한한방병원협회 회장 자격으로, 치료 권고등급을 최종 승인하는 근거중심 한의약추진위원회에 참여했다. 그는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을 승인하는 이 위원회의 당연직 위원이다.

▲ 자생한방병원 신준식 이사장은 대한한방병원협회 회장 자격으로, 치료 권고등급을 최종 승인하는 근거중심 한의약추진위원회에 참여했다.

더구나, 한약 등 허리디스크 치료법의 권고등급이 격상됐을 당시인 2019년, 신준식 이사장의 이름을 딴 강의실이 경희대 한의대에 만들어졌다. 신 이사장은 경희대 한의대에 5억 원 넘게 기부했다. 경희대의 연구 과정에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된다.  

그러나 경희대 한의대 측은 서면답변을 통해 “해당 연구 결과와 등급 산정에는 여러 전문가가 참여해 문제가 없었다”며, 자생한방병원 소속 개발위원과 자문위원은 학회 소속의 연구자 또는 임상전문가로 참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허리디스크의 등급 조정과 건강보험 적용은 무관하다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대상 질환을 결정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한약에 대한 시범사업 정책 결정에 참여한 한 건강보험정책심의위 위원은, 익명을 통해 “허리디스크가 왜 최종 (보험 적용) 질환 후보로 선정됐는지 위원들은 알 수 없는 구조”였다고 반박했다. 

▲ 건강보험정책심의위 위원은 익명을 통해 “허리디스크가 왜 최종 (보험 적용) 질환 후보로 선정됐는지 위원들은 알 수 없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이렇듯 자생한방병원의 수익과 연결되는 허리디스크의 건강보험 급여화 결정 과정에서 대한한방병원협회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은 짙어지지만, 보건복지부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뉴스타파 강현석 khs@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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