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타당성 없다는 예타 무시하고 자생한방병원에 세금 지원
국민건강보험은 준조세의 성격을 지닌 공적 재원이다. 그런데, 최근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 적용의 기준과 절차를 무시하고 특정 의료기관에 특혜를 준 정황이 뉴스타파 취재로 드러났다. 특혜 의혹을 받는 곳은 국내 최대 규모의 한방병원인 자생한방병원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보건복지부는 자생한방병원이 특허를 가진 한약과 한약재에 대해 건강보험 요양급여를 지급했고, 독자 개발한 한방병원의 의료기술에까지 세금을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보건복지부 스스로 정한 규정과 절차는 무시됐다. 보건복지부와 자생한방병원이 얽힌 특혜 의혹을 3편에 나눠 보도한다. -편집자주
① 자생한방병원, 복지부 기준 어기고 수개월간 건강보험 급여 받다 적발
② 국내 최대 허리디스크 한방병원과 수상한 건강보험 적용
③ 보건복지부, 타당성 없다는 예타 무시하고 자생한방병원에 세금 지원
자생한방병원 비대학한방병원 중 유일하게 한의중점연구센터로 지정
보건복지부는 지난 2020년부터 한방의료의 표준화와 과학화를 목표로 정부 R&D 예산을 투입해 한의중점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한의중점연구센터는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한의중점연구센터는 임상시설을 갖춘 한의과 대학 등에 임상연구를 맡기고, 연구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연구기관 1곳당 최대 7년 기준, 32~33억여 원의 연구비가 집행되는데, 현재까지 투입된 예산은 9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경희대와 동국대 등이 한의중점연구센터로 지정돼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현재 원광대와 동신대 등도 한의중점연구센터로 지정돼 연구를 수행 중이다. 이 가운데, ‘척추 통증’에 대한 연구를 맡은 곳은 자생한방병원이다. 자생한방병원은 한의과 대학병원이 아닌 비대학한방병원 중 유일하게 한의중점연구센터로 지정됐다.
현재 자생한방병원이 한의중점연구센터로 지정돼 수행 중인 연구 과제는 △추나 급여 확대를 위한 임상연구, △한의약 급여 확대를 위한 정책화 등 건강보험과 관련된 연구가 많다. 그중엔 경항통, 즉, 목통증에 대한 신의료기술 신청도 있다.
신의료기술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안전성과 유효성이 인정된 의료기술과 치료법을 뜻한다. 신의료기술로 인증받으면, 건강보험 급여 평가를 거쳐 급여/비급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급여화가 되면 건강보험을, 비급여가 되면 민간보험의 적용을 받는다.
한의중점연구센터로 지정된 자생한방병원이 정부 연구비로 신의료기술 신청을 준비 중인 치료법은 동작침술인 것으로 확인된다. 동작침술은 신준식 자생한방병원 명예 이사장이 개발하고 특허까지 신청했던 치료법이다.
하지만, 자생한방병원의 ‘신의료기술 신청’ 연구 과제는 앞선 보건복지부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사업성에 의문이 제기되며, 사업 승인 불가 판정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7년 보건복지부의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을 평가한 <2017년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이하 예타 보고서)를 보면, 당시 예비타당성 조사위원들은 보건복지부가 사업 목표로 설정한 '신의료기술 인증 3건'에 대해 근거가 없다고 평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의약 분야에서 신의료기술로 인증된 사례가 전무하고, 연구수요조사에서도 신의료기술 수요가 전무한 것으로 볼 때 신의료기술 인증 목표를 설정한 논리나 근거가 불충분하였다
-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 17년 예비타당성조사보고서 중
예타 보고서는 보건복지부가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최종 목표인 ‘한의약 산업화’ 전략에 대해서도 사업 타당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또한 ‘한의 빅데이터’ 구축과 같은 보건복지부의 중점 사업 계획에서도 “개인의료정보 문제 등이 제기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결국 2017년 예타 보고서는 최종적으로 보건복지부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이 “비용편익 비율이 낮아 사업 추진의 경제성이 확보되지 못했다”며 승인 불가 결론을 내린다.
보건복지부, 사업비 삭감에도 '한의약 산업화' 과제 재추진
이렇게 2017년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가 사업 추진 불가 쪽으로 나오자, 보건복지부는 2018년 신의료기술 인증, 한의 빅데이터 구축 등 지적받은 기존 사업안을 스스로 폐기하고, 새로운 사업계획을 짠 뒤, 1년 뒤인 2018년 조건부로 한의혁신기술개발사업 계획을 승인받는다. 신의료기술 인증, 빅데이터 활용과 같은 ‘한의약 산업화’가 아닌, 임상연구 등 '한의약의 과학화'에 집중해 사업 예산을 집행한다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변경된 사업안이 예타를 통과하자, 당초 폐기했던 신의료기술 인증과 등재를 한의중점연구센터 연구 과제에 다시 포함시켰다. 2020년부터 최근까지 신의료기술 인증은 한의중점연구센터의 연구 조건에 포함돼 있다. 신의료기술 인증과 등재는 한의약 과학화가 아닌 ‘산업화’에 해당하는 과제다.
보건복지부, 자생한방병원에 맡긴 과제에 '신의료기술' 인증 포함
또한, 보건복지부는 앞선 예타 조사에서 환자의 개인정보 활용 문제 등으로 인해 사업성에 의문이 제기된 '한의 빅데이터' 연구도 자생한방병원에 맡겼다. 자생한방병원이 정부 예산으로 수행한 한의 빅데이터의 연구 주제는 요추추간판탈출증, 즉, 허리디스크에 대한 한약과 약침 치료의 효과 분석이었다. 이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로 다음해 허리디스크 질환은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 신규 편입됐다.
이렇듯 보건복지부는 기존 예비타당성 결론을 뒤집으면서까지 자생한방병원의 의료기술과 직접 관련된 연구에 국민 세금을 지원했다. 이 연구의 목표는 ‘건강보험 급여화’로 자생한방병원의 이해 관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자생한방병원에 대한 특혜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러나 자생한방병원은 “같은 논리라면 한의과대학이 있는 모든 대학들은 부설한방병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두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보건복지부도 “절차와 규정에 맞게 연구가 진행됐다”며,“자생한방병원이 직접 연구 주제를 선정·기획하는 ‘상향식 방식’으로 연구 과제를 선정했고, 특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뉴스타파 강현석 khs@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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