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허기보다 참을 수 없는 열기…어르신 무료급식 발길 줄어

박수빈 2024. 8. 8.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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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최고기온이 36.5도(강서구 기준)를 기록하면서 22일째 폭염특보가 발령된 가운데 시내 무료 급식소를 찾는 어르신들의 발걸음이 줄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무료급식소에서 점심 끼니를 해결하는 어르신들이 극한의 무더위에 집을 나서기를 꺼려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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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급식소 가보니

- 거동 불편하거나 행동에 제약
- 무더위 탓 집 나갈 엄두도 못 내
- 도시철도역서 300m 거리 센터
- 하루 300명 찾다 최근 240명 뿐
- 찾아가는 반찬 배달 등 필요성

부산지역 최고기온이 36.5도(강서구 기준)를 기록하면서 22일째 폭염특보가 발령된 가운데 시내 무료 급식소를 찾는 어르신들의 발걸음이 줄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무료급식소에서 점심 끼니를 해결하는 어르신들이 극한의 무더위에 집을 나서기를 꺼려 하기 때문이다.

부산 동래구 움트리나눔센터 무료급식소에서 8일 어르신들이 부채질을 하면서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8일 부산 동구 좌천동의 동구무료급식소. 오전 11시40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지만 벌써 점심 식사를 마친 어르신들이 무더위에 연신 부채질하며 삼삼오오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한 손은 난간을, 또다른 손은 차가운 생수 한 병이 들고 있었다. 이 급식소는 동구의 지원을 받아 봉생사회복지회가 운영한다. 이날 점심 메뉴는 떡만두국 등이었다. 60세 이상 혼자 사는 어르신과 기초생활수급자를 대상으로 점심이 제공된다. 평소 60여 명이 급식소에서 점심을 해결했는데, 최근 폭염 탓으로 10여 명은 급식소를 찾지 않는다.

급식소의 영양사는 “지난 6월 에어컨을 교체하는 등 내부는 냉방으로 시원하나 너무 더워 이곳까지 오는 걸 힘들어하는 분들이 있다”며 “급식소를 찾는 고정 인원이 있는데, 최근에는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날 급식소에서 만난 차모(여·81) 어르신은 “나도 그렇고, 몸 상태나 그날 사정에 따라 급식소에 못 나오는 사람들이 있다. 비가 와도 그렇고, 요새 같이 너무 더울 때는 집에서 나갈 엄두도 못 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같은 시각 부산 동래구 온천동 움트리나눔센터무료급식소. 35평의 작은 건물은 식사를 하러 온 30여 명의 어르신과 15명의 자원봉사자로 북새통을 이뤘다. 건물 한편에서는 음식이 한창 조리 중이었다. 가스레인지와 각종 냉장고에서 열기가 뿜어져 나오고,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모여 내부는 후텁지근했다. 에어컨 한 대와 선풍기 6대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지만 실내 온도를 낮추기엔 역부족이었다. 20대인 취재진의 옷이 흠뻑 젖을 정도로 극한의 무더위였다. 식사 중 어르신들은 연신 부채질을 하고,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손등으로 훔쳐내느라 바빴다.

김양애 센터장은 “한여름에는 실내 온도가 35~37도까지 올라간다. 냉방기기를 총동원하고 있지만 조리도구가 실내에 있다 보니 내부가 항상 무덥다”며 “하루 방문객은 평소 약 300명이지만, 최근에는 폭염으로 240명 내외로 감소했다. 극한의 더위에 어르신들께서 끼니까지 포기하셔서 걱정이 크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매주 화·목요일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에 점심 식사를 제공한다. 연령·소득 제한 없이 누구나 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 두모(82) 어르신은 “한여름에는 센터를 찾아오는 것조차 보통 일이 아니다. 도시철도 동래역부터 센터까지 300m밖에 안 되는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땀에 젖는다”며 “센터가 시원해지기만 하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다”고 말했다.

부산시와 일선 지자체의 보조금으로 운영하는 시설 가운데 저소득층 어르신들께 무료로 식사를 지원하는 곳은 지난 1월 기준 89곳이다. 하지만 빠듯한 재원에 후원마저 점점 주는 추세여서 급식소 등의 운영은 해가 갈수록 힘들어진다.

부산시의회 김형철(연제2) 의원은 “취약계층 어르신 가운데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행동에 제약이 있는 분이 많다. 이들이 한여름 폭염을 뚫고 무료 급식 지원 시설을 찾아가기는 쉽지 않다”며 “동네 식당에서 밑반찬을 구입할 수 있는 바우처를 제공하거나, 이들의 주거지로 식사·반찬을 배달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을 활성화하는 등 지역 사회와 연계한 지원 정책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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