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신간돋보기] 한국사회 논쟁, 법으로 풀다 外
# 한국사회 논쟁, 법으로 풀다
판례로 보는 한국 사회 쟁점 20- 이광원 지음 /스핑크스 /1만5800원
성공한 쿠데타도 처벌할 수 있는가? 성전환자의 법적인 성 변경은 가능한가? 부모도 납치범이 될 수 있는가? 사형은 폐지돼야 하는가? 우리 사회 쟁점이 되는 주제와 관련된 판례를 소개한 책.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판례에서 각각 열 개씩 선정하여 이에 대한 배경 설명, 해설 및 법관들의 다수 의견과 반대 의견을 실었다. 판례란 ‘법원에서 판결한 예’이며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우리 사회의 분쟁 사안 중 매우 중요한 것을 다룬다. 판례들을 보면 논쟁을 부른 사안은 대부분 사법 판단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 일상의 한 순간이 詩가 되었네
남겨두고 싶은 순간들- 박성우 시집 /창비 /1만1000원
백석문학상 신동엽문학상 윤동주젊은작가상 등을 받은 박성우의 신작. 일상의 한순간을 시로 만들어 그 소중함을 깨우쳐준다. ‘아침의 일’ 한 대목이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늙은 개의 목줄을 잡고 걷던 어르신이/ 문득 걸음을 멈추는가 싶더니/ 남의 집 고구마밭으로 들어섰다/ 무슨 일이시지? 개를 세워두고/ 밭 안쪽으로 몇걸음 옮겼다 나온/ 어르신의 손에는 환삼덩굴이 들려 있었다” 남의 밭이지만 그냥 두면 고구마밭을 망칠 덩굴을 무심히 뽑아주는 마음처럼, 소소한 일상이 깊은 울림을 준다.
# 제주 작가가 말하는 4·3 사건
침묵의 비망록- 고시홍 장편소설 /도화 /1만5000원
제주도 출생의 고시홍 작가가 제주 4·3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한라산 남동쪽 의귀마을 황무지에 여전히 방치된 신원불명 무덤을 통해 70여 년 전의 비극과 고통은 결코 과거가 아닌 현재의 시간, 현재의 문제라는 엄연한 진실을 통절하게 환기한다. 2012년 현재 시점인 소설은 1940년대부터 2012년 현재까지 70여 년의 긴 시간에 걸쳐 진행된다. 일제강점기 말과 4·3 초반까지 제주도 상황, 미군정 하의 정치 사회적 문제, 특히 남원면(현 남원읍) 일대를 중심으로 제주 읍면 지역의 분위기를 상세하게 그려냈다.
# 조선 어전회의 현장 속으로
어찌 하오리까?- 김진섭 지음 /지성사 /2만3000원
조선 개국 초 국정에 부담을 주는 천도를 강행하려던 태조와 말리던 정도전, 왕의 인사권을 제한하는 문제로 직언을 서슴지 않았던 은여림과 태종, 양반인 황효원이 노비의 딸을 적처로 삼은 문제를 다루는 성종과 대신들의 대립, 금주령을 어기면 사형에 처한 영조와 한마디 말로 영조의 마음을 돌린 구상 등.
왕과 대신이 해를 넘기면서까지 첨예하게 의견이 갈렸다가, 논의를 거듭하며 소통한 모습이다.
역사 문화 콘텐츠를 꾸준히 발굴 소개해 온 김진섭 작가가 절대적 의사결정 시스템으로 작동했던 조선의 어전회의로 안내한다.
# 소아 두통, 얕보면 큰일납니다
우리 아이 두통은 꾀병이 아니에요- 나지훈 지음 /북하우스 /1만9000원
머리가 아프다는 걸 증명하기란 쉽지 않다. 눈에 띄는 증상도 없고 통증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방법도 없다. 특히 소아청소년의 두통은 종종 공부하기 싫어서 부리는 꾀병으로 치부된다. 하지만 소아청소년 두통은 아이의 안정된 발달을 저해하고 학업을 방해하며 미래 인생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질환이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이자 소아청소년신경 세부전문의인 나지훈 박사가 소아청소년 두통을 자세히 알려준다. 원인 종류 증상 및 치료법을 정리해 두통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 낯설고 매혹적인 명화 뒷이야기
하루 5분 미술관- 선동기 지음 /북피움 /2만2000원
고흐는 걸음이 매우 빨랐다. 여동생을 만나러 갈 때, 160㎞ 넘는 거리를 사흘 만에 주파했다. 하루 50㎞ 이상 걸었다. 경보 선수감이다. 고흐는 성경 번역도 했던 몹시 신실한 사람이었다. 그런 사연을 알고 고흐의 그림 ‘신발’ ‘성경책이 있는 정물’을 보면 감상이 새롭다.
‘그림 읽어주는 남자’로 불리는 미술 해설가 선동기가 낯설고 매혹적인 명화의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유명 화가들의 알려지지 않은 일화, 아직 우리에게 낯설지만 매혹적인 그림들에 얽힌 색다른 이야기 25편이 그림을 바라보는 시선을 풍성하게 한다. 수록된 그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 치매 할머니 돌보는 아이들
쏙쏙 메모지- 김하영 글 /김인해 그림 /가문비어린이 /1만2000원
2022년 부산아동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김하영의 동화집. 치매 할머니를 돌보는 성재와 친구 하준이의 이야기 ‘쏙쏙 메모지’, 자신을 구해주다가 목숨을 잃은 형을 그리워하는 진우의 마음을 그린 ‘녹지 않는 솜사탕’, 가족 때문에 상처받는 김 진사와 반대로 가난해도 마음이 행복한 덕구 이야기 ‘저승사자를 따돌린 똥 귀신’, 부산 사하구 괴정동 회화나무 샘터공원을 배경으로 쓴 ‘또비의 집’, 죽은 손녀를 그리워하는 연꽃밭 할머니의 이야기 ‘연꽃 부침개’. 서로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따뜻한 가족 이야기 5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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