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뽑았는데 배터리가 중국산, 충격”…전기차 포비아에 셀프확인 나선 차주들

박소라 기자(park.sora@mk.co.kr), 박제완 기자(greenpea94@mk.co.kr) 2024. 8. 8.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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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산 사이트서 배터리정보 조회
깜깜이 정보에 전기차 차주들 분통
외국산 전기차, 제조사 공개해야
8일 인천 서구의 한 공업사에서 경찰이 지난 1일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시작된 벤츠 전기차에 대해 2차 합동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2024.8.8 [김호영 기자]
2년째 메르세데스 벤츠 전기차를 타온 40대 최 모씨는 요즘 주차장에 들어설 때마다 죄인 모드다. 인천 화재 사건 이후 주차장 앞 전기차 출입 금지를 써 붙여둔 곳이 늘었고 충전기 사용을 정지해둔 곳도 적지 않다. 거주하는 아파트 주민 채팅방에선 전기차 주차를 당장 막아야 한다는 성토가 잇따르고 있다. 최 씨는 불안한 마음에 벤츠코리아와 딜러사에 여러 번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다.

8일 전기차 커뮤니티 등에선 수입차 브랜드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깜깜이 배터리’에 대한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수입 전기차 브랜드들이 “본사 방침에 따라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어서다.

1억원에 육박하는 이번 사고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가 중국 CATL이 아닌 세계 10위 중국 파라시스 제품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한국 소비자가 호구냐”는 원성도 자자하다. 판매 중단 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회원 수가 100만명이 넘는 한 전기차 커뮤니티에선 “저가 배터리를 달고 판매해도 소비자는 본인 차에 어떤 회사의 배터리가 탑재됐는지 알 길이 없다”며 “수입차 로고만 달면 한국 소비자는 잘 사준다는 업체들의 안일한 인식이 문제”라는 불만의 글이 넘쳐나고 있다.

불안감이 극도로 높아지며 배터리 정보를 ‘셀프’로 알아내려는 움직임도 등장했다. 자동차 고유 번호를 특정 홈페이지에 입력하면 배터리 제조사를 알수 있는 방법이 빠르게 확산 중이다. 이 홈페이지는 외국 업체가 만든 것으로 벤츠 차종만 조회할 수 있다. 구체적인 확인 방법을 설명한 커뮤니티 글은 100개 넘는 댓글이 달릴 정도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홈페이지에서 배터리 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퍼지는 가운데, 세부 사양은 알 수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전기차 차주는 “사고 발생 시 목숨과 직결되는 배터리 정보를 왜 알려주지 않는지 분통이 터진다”며 “신뢰성이 확인되지도 않은 외국 사이트에서 배터리 정보를 알아내려는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 국적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면서, 어떤 차종에 어떤 배터리가 탑재되는지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찻값 40%에 육박하고 안전과 직결되는 배터리 정보를 소비자가 알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가 관련 법제도를 만들어야한다”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비교적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코나EV와 니로 EV, 레이 EV 3개 차종 정도가 중국 CATL의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E-GMP’ 플랫폼을 탑재하는 현대차 아이오닉 시리즈와 기아 EV 시리즈, 제네시스에는 전량 국산 배터리가 탑재된다.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자동차의 대명사인 ‘독일 3사’ 브랜드 중 첫 손에 꼽히는 메르세데스 벤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소비자 신뢰도 추락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산 차보다 수입 전기차에서 리콜도 더 빈번한 것으로 파악됐다.

매일경제가 국토교통부 산하 자동차리콜센터에 등록된 리콜 현황을 자체 집계한 결과, 2022년부터 올해 7월까지 메르세데스 벤츠·BMW·아우디 등 독일 3사 전기차 차종 8개에 대해 고전압 배터리 관련 리콜이 진행됐다. 업체별로는 메르세데스 벤츠 2개, BMW 4개, 아우디 2개 차종에 대해 리콜이 이뤄졌다. 트림별로 대상을 세분화하면 총 38개 모델이 리콜 대상이 됐다. 반면 같은 기간 현대차그룹 리콜 대상 차종은 ‘쏘울 EV’ 뿐이었다.

화재가 발생한 벤츠의 경우 EQE와 EQS 두 개 차종에서 결함이 발견됐다. EQE 300, EQE 350+, EQE 350 4MATIC, EQE 53 4MATIC 등 모든 트림이 리콜 대상이었다. 국토교통부가 벤츠에 대해 실시한 리콜은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과 관련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부는“시스템 소프트웨어 오류로 비정상적으로 많은 양의 데이터를 요청받을 경우 배터리 관리 시스템에 과부하가 발생할 수 있다”고 리콜 사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국내 수입차 판매 1위를 차지했던 BMW의 경우 i4와 i5, i7, ix 차종에 대해 리콜이 이뤄졌다.

소비자 관심은 사고가 난 벤츠 EQE 차종 안전성과 리콜 여부에 쏠려있다. EQE 차종은 지난해 미국에서 화재 사건으로 리콜이 진행된 바 있다. 고전압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관련 결함으로 인한 시정조치였다.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는 지난해 7월 2023년형 EQE 350+모델에서 주차 중 화재가 발생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벤츠 EQE는 국내에서 2022년부터 판매가 시작돼 올해 상반기까지 총 3855대가 팔렸다. 사고 차종이 전국에 약 4000대가 돌아다니고 있다는 얘기다.

화재 위험이 있는 EQE 차량의 배터리 전량 교체가 이뤄질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2021년 현대차 코나EV 화재 당시 배터리 전량 교체 방식의 자발적 리콜이 진행된바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 측은 리콜 여부 등에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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