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김수지 "다이빙 인기 위해 더 잘하고 싶었는데…제가 못 한 것"
(파리=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김수지(26·울산광역시청)가 6.15점 차로 2024 파리 올림픽 다이빙 여자 3m 스프링보드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 여자 다이빙 최초 결승 진출의 꿈도 다음 기회로 미뤘다.
한 계단을 올라서지 못해 결승 진출 티켓을 놓친 김수지는 "내가 더 잘해서 다이빙 인기가 조금 더 올라가고, 사람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했는데 이렇게 준결승에서 경기를 끝내 아쉽다"며 "내가 못 한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김수지는 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다이빙 여자 3m 스프링보드 준결승에서 1∼5차 시기 합계 272.75점으로 18명 중 13위에 머물렀다.
12위로 결승행 막차를 탄 야스민 하퍼(영국)의 점수는 278.90점으로 김수지보다 6.15점 높았다.
김수지는 3차 시기 '뒤로 뛰어 무릎을 몸에 붙이는 턱 자세로 두 바퀴 반을 도는 난도 2.8짜리 연기'(205C)에서 실수를 범해 47.60점에 그쳐 15위까지 밀렸다.
이후에도 만회하지 못하면서 13위로 준결승을 마쳤다.
경기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김수지는 "(현지시간으로) 오전에 경기해서 몸이 좀 무겁긴 했는데 사실 경기할 때는 괜찮았다. 내가 못 한 것"이라며 "5차 시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만족스럽지 않았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는 모두 간절하다. 내가 훈련을 충분히 하지 못했으니까, 이런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고 냉정하게 현실을 받아들였다.
그는 "'조금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결국 내가 훈련을 더 잘했어야 한다"며 결승 진출 실패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았다.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여자 다이빙 3m 스프링보드에서 김수지는 예선 7위에 올라 준결승에 진출했다. 한국 여자 다이빙 선수 중 올림픽 준결승에 진출한 건 도쿄 대회 김수지가 처음이었다.
다만, 준결승에서는 15위를 해 결승 무대에는 서지 못했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도 김수지는 예선을 통과하며 '2회 연속 준결승 진출'이라는 새 이정표를 세웠다.
하지만, 이번에도 준결승에서 결승으로 가는 문턱을 넘지 못했다.
김수지는 파리 올림픽을 준비하던 중에 '훈련 욕심'을 부리다가 근육통, 신경통을 앓았다. 아예 훈련을 중단해야 하는 시기도 있었다.
그는 "다이빙은 한 부위에 부상을 당하면, 아예 기술 훈련을 할 수 없다"며 "몸 관리가 중요하다는 걸 또 한 번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김수지는 우하람과 함께 오랫동안 한국 다이빙을 대표하는 간판으로 활약했다.
올림픽 결승 무대는 남자부 우하람이 먼저 밟았지만, 세계선수권 메달은 김수지가 먼저 따냈다.
우하람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2021년 도쿄에 이어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도 결승에 진출했다.
김수지는 2019년 광주 세계선수권에서 1m 스프링보드 3위를 차지해 한국 다이빙 최초로 세계수영선수권 메달리스트가 됐다.
올해 2월 도하 세계선수권에서는 '올림픽 정식 종목' 여자 3m 스프링보드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종목이 아닌 혼성 3m 스프링보드에서도 이재경(인천광역시체육회)과 호흡해 동메달을 따냈다.
지난해 11월 왼쪽 무릎 연골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해 훈련량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거둔 쾌거였다.
김수지는 파리 올림픽도 '완전하지 않은 몸 상태'로 치렀다.
이번에는 목표로 했던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아쉬움을 안고 파리 올림픽 일정을 마친 김수지는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을 바라본다.
김수지는 "2028년 LA 대회를 내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생각한다. 그때는 결승 진출이 아닌 메달 획득을 목표로 잡고 현지에 도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2025년 싱가포르 세계선수권, 2026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김수지는 심리상담사가 한국에서 챙겨 준 '타투 스티커'를 손목에 새기고 입수했다.
타투 스티커는 여러 장 있었는데 김수지는 '그냥 즐겨!'라는 문구를 택했다.
김수지는 "결과는 아쉽지만, 정말 많은 응원을 받으면서 힘을 내 경기했다. 도쿄 올림픽에서도 많은 응원을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주변에서 더 큰 응원을 해주셨다"며 "더 잘해서, 더 많이 응원받는 선수가 되겠다"고 했다.
올림픽의 중압감에서 잠시 벗어난 김수지는 짧은 시간 동안 파리의 풍경을 눈에 담을 생각이다.
그는 "처음 파리에 왔는데 지금까지는 경기를 준비하느라 아무 데도 가지 못했다. 샹젤리제 거리, 에펠탑, 코리아하우스를 가보고 싶다"고 말하며, 인터뷰 중 처음 웃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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