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집값 오르는데 10년 걸릴 그린벨트 풀어 아파트 짓겠다는 정부…비아파트 대책은

심윤지·김세훈 기자 2024. 8. 8.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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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공급의지 보여서 불안심리 안정시키겠다”
그린벨트 해제 원칙 없다는 지적
서울 비아파트 무제한 공급 계획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한 부동산 관계장관회의가 8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김병환 금융위원장, 오세훈 서울시장, 이복현 금감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리고있다. 2024.08.08 사진공동취재단

정부가 8일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은 그린벨트를 풀어서라도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줘서 불안 심리를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의 집값 상승세는 ‘앞으로 2~3년 내 주택공급이 급감하면 집값 폭등장이 재현될 수 있다’는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 그린벨트를 풀어 신규택지 8만호를 공급하기로 한 대목에선 논란이 예상된다. 당장의 공급 부족을 해소하는 정책도 아니고, ‘미래세대’를 위한다는 명분도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을 통해 ‘서울 집중’을 완화하겠다는 그간의 정부 기조와 배치된다.

서울시의 그린벨트 지역. 서울시 제공
“그린벨트 해제, 당위·원칙 지켜야”

‘그린벨트 해제’ 비판을 의식한 정부와 서울시는 8만 가구를 공급하는 신규 택지에 ‘장기전세주택Ⅱ’(시프트2) 등 신혼부부, 청년 대상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현재 서울 내 그린벨트 면적은 149.09㎢로 강북권의 그린벨트가 대체로 산지인 것을 감안하면 신규 택지로 지정된 곳은 강남, 서초 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그린벨트 해제가 당장의 공급 부족 우려를 해소하는 대책은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시장은 3기 신도시 31만호 입주가 시작되는 2027년 이전까지의 공급 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그린벨트 신규 후보지 지정부터 준공까지는 약 8~10년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최소 2032년 이후 입주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진현환 국토교통부 1차관은 브리핑에서 “장래에 서울에서 양질의 주택이 계획적, 체계적으로, 저렴하게 공급되는 만큼 굳이 당장 주택 매수 계획을 세울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벨트 해제는 정부가 집값때문에 곤란할 때마다 꺼내드는 카드였다. 땅값이 낮아 경제성을 확보하기 쉽고 토지보상도 난이도가 낮아일반 공공택지보다공급 속도가 빠르다. 문재인 정부도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공급 확대를 추진했으나, 서울시와 시민단체 반대에 부딪혀 전면 백지화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실질적 편익을 비롯해 도시 녹지 감소 등을 이유로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늘 초과수요시장인 서울에선 공급으로 수요에 충분히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그린벨트라는 최후의 보루를 활용하려면 당위성과 원칙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영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장은 “지금 서울 인근 그린벨트는 정말 핵심적인 곳밖에 남아있지 않다”라며 “환경성이 온전히 보전된 환경평가 1·2등급을 해제하면서까지 서울에 대규모 택지 공급이 필요한 상황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8.8 대책. 국토교통부 제공
비아파트 활성화 방향에는 ‘긍정 평가’

이날 공급대책의 또다른 한 축은 비아파트 공급 활성화다. 우선 정부는 수도권 빌라 등 비아파트를 신축매입약정 방식으로 사들여 임대주택 11만호(LH 든든전세 포함)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이중 5만호 정도는 6년 임대 분양전환형 주택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특히 서울은 비아파트 시장이 정상화될때까지 ‘무제한’으로 매입하겠다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 평가했다. 전세사기 여파로 비아파트 기피 현상은 심화하는 반면 보증금 미반환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장치는 아직 미흡한 상황인만큼, 공공이 ‘안전한 임대인’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진유 교수는 “전세포비아가 지속된다면 아파트 시장 쏠림은 막을 수 없는만큼 매입임대 공급이 가장 현실적이고 빠른 대책”이라고 했다.

정부는 비아파트 매매 수요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도 일부 내놨다. 1주택자가 소형주택(아파트 제외)을 추가로 구매해 임대사업을 할수 있는 ‘단기등록임대’ 제도 부활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매입한 소형 주택은 기축이든 신축이든 상관없이 주택수 제외 혜택을 주기로 했다. 은퇴가구가 노후 임대소득을 목적으로 빌라 한채를 매입하더라도 다주택 중과를 피할 수 있게 된다.

다만 1주택자에 한해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를 12억원 이하까지 비과세하는 ‘1주택 특례’ 혜택은 미적용되는 만큼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1주택자가 세제 혜택을 목적으로 빌라를 추가구입할 유인은 적다”며 “다주택자들에게 등록임대 인센티브를 주는게 효과성 측면에서는 더 낫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 차관은 “서울 절대가격이 높은 상태라 더이상 집값이 올라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라며 “실수요를 유발할 수 있는 대책 외에 투자나 투기 목적을 위한 수요촉진책은 배제했다”고 말했다.


☞ 재건축·재개발 용적률 30% 완화, 사업 기간 3년 단축···실효성은 미지수
     https://www.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2408081637001


☞ 서울 12년만에 그린벨트 해제… 정부 수도권에 ‘21만호+a’ 주택 공급
     https://www.khan.co.kr/economy/real_estate/article/202408081512001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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