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다 얘기한다" 폭탄 발언 예고한 안세영은 왜 한발 물러섰나…"선수들에게 죄송" [올림픽 NOW]
[스포티비뉴스=이민재 기자] "한국 가서 다 이야기하겠다"라며 추가 폭로를 예고한 안세영(삼성생명)이 한발 물러났다. 그리고 동료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
안세영은 8일 소셜미디어(SNS)에 "저의 이야기로 많은 분들을 놀라게 해 드려 마음이 매우 무겁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올림픽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가장 죄송하다. 저의 발언으로 인해 축하와 영광을 마음껏 누려야 할 순간들이 해일처럼 모든 것을 덮어 버리게 됐다. 선수분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어제 공항까지 걸음한 기자 분들과 저의 입장을 기다리고 계신 많은 분들께도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며 "저의 생각과 입장은 올림픽 경기가 끝나고 모든 선수들이 충분히 축하를 받은 후 말씀드리도록 하겠다"라고 전했다.
안세영은 지난 5일 프랑스 파리의 포르트 드 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허빙자오(중국)를 게임스코어 2-0(21-13, 21-16)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8년 만에 한국 여자 배드민턴 단식 금메달을 차지하며 세계 정상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이후 행보가 파격적이다. 안세영은 세계 최정상에 서서 폭탄 발언을 했다.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선수 관리 문제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금메달을 딴 직후 하기 힘든 내용의 인터뷰였다. 안세영의 말대로 많은 걸 참았고, 억눌렸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이 말을 하기 위해 금메달을 땄다는 인상까지 있었다.
안세영은 "지금까지 아시안게임 끝난 이후 부상 때문에 못 올라설 때가 가장 생각난다. 옆에서 개인 트레이너 선생님이 대표팀 코치진과 싸우고 울고 짜증내고 그랬던 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실감시켜주는 순간인 것 같다"며 "매 순간 두려웠고, 걱정이 컸다. 숨을 못 쉬고 힘든 순간을 참아오다 보니까 이렇게 숨통 틀 수 있는 순간이 온 것 같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이런 순간을 위해서 참았던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참아왔던 속마음을 표출했다. "내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대표팀이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 그때 많은 실망을 했다"며 "트레이너 선생님이 내 꿈을 이뤄주기 위해 눈치도 많이 보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미안한 마음이 있어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 계속 가기는 힘들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금메달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안세영은 거침이 없었다. 그는 "대표팀을 나간다고 올림픽에 나가지 못하게 하는 건 야박하지 않나 싶다. 배드민턴은 단식과 복식이 엄연히 다르다. 선수들의 자격도 박탈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우리 협회는 모든 걸 막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면서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임한다. 배드민턴이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 금메달 하나밖에 나오지 않은 걸 돌아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대한배드민턴협회를 지적했다.
안세영은 이후 개인 SNS를 통해 "선수 관리에 대한 부분을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본의 아니게 떠넘기는 협회나 감독님의 기사들에 또 한 번 상처를 받게 된다"며 "제가 잘나서도 아니고 선수들이 보호되고 관리돼야 하는 부분 그리고 권력보다 소통에 대해서 언젠가는 이야기 드리고 싶었다"고 또 한 번 대한배드민턴협회, 지도자들의 선수 관리에 쓴소리를 뱉었다.
공식 기자회견이 끝나고 다른 자리에서 안세영은 "지금은 금메달 기분을 느끼고 싶다. 부상 떨쳐내고 결과로 증명했다. 이런 말이 나와서 마음이 편치 않다. 금메달을 즐기고 한국 가서 자세하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차차 정리하고 내가 계획한 대로 갈 수 있으면 좋겠다. 안 된다면 어떻게 해서든 얻어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또 "운동선수로서 누릴 수 있는 걸 많이 누리고 싶다. 이 순간을 위해 억누른 게 많다. 이제는 숨 좀 쉬면서 웃으면서 투어도 다니고, 즐기면서 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늘 꿈꿔왔던 목표다. 잘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튿날 프랑스 파리의 대한체육회 코리아하우스에서는 안세영이 빠진 가운데 배드민턴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이 열렸다. 혼합복식 은메달리스트인 김원호(삼성생명)-정나은(화순군청)을 향한 축하의 분위기보다는 안세영과 대표팀 전반에 관한 내용에 초점이 맞춰졌다. 김원호와 정나은은 안세영 질문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체육회는 '안세영 본인 의사에 따른 불참'이라고 공지했으나 안세영은 귀국길에서 "내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한국 가서 다 얘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추가 폭로를 예고했다.
하지만 안세영은 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말을 아꼈다. 안세영은 "먼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싸울 의도는 없다는 것이다. 운동에만 전념하고 싶다"며 "이제 막 도착했다. 협회랑도 얘기한 게 아무것도 없다. 자세한 건 상의 후 얘기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막 왔다. 아직 정리를 못했다. 상의해보고 말하겠다"고 덧붙였다.
파리 현지 기자회견에 불참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이 부분에서도 정말 논란이 많더라. 말을 자제하도록 하겠다. 아직 협회와 팀과도 이야기를 해보지 않았다. 최대한 빨리 이야기 해보고 말하겠다"라고 언급했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하나, 은메달 하나(혼합복식)를 획득하며 기분 좋게 대회를 마무리했는데 안세영 이슈가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다.
안세영 발언에 대한배드민턴협회도 첫 공식 입장을 밝혔다.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안세영 발언을 전면으로 반박했다. 협회는 "한국 스포츠의 중요한 선수가 국가대표팀을 떠나게 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열린 마음으로 심도 있는 면담을 통해 안세영 선수 의견에 귀를 기울여 문제점을 파악하고 최대한의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른 시일 내에 국가대표팀 코치진과 국가대표 선수들과 면담을 진행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겠다"고 했다.
협회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안세영의 부상을 관리한 과정을 설명했다. 협회는 안세영이 첫 검진에서 "2주간 절대적인 휴식과 안정이 필요하고 재활까지는 4주가 걸릴 것"이라고 진단받아 조직 재생 주사 치료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병원에서는 그다음 달 예정된 일본 마스터스 출전은 불가하고 중국 마스터스 출전도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면서 "안세영 선수 본인의 강한 의지로 두 대회에 참가했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이번 올림픽 전에 부상을 입은 안세영을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대한체육회 의무팀의 치료 지원과 파리 내 한의원 진료 지원이 가능했지만, 안세영 선수가 지명한 한의사를 서울에서 섭외해 신속하게 파리로 파견했다"면서 1천100만원이 넘는 경비가 소요됐다고 밝혔다.
안세영이 개인 트레이너를 쓰고 싶다는 의사를 드러냈다는 점에 대해서는 "협회에 공식적으로 전달된 바가 없다.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해보겠다"고 말했다.
안세영을 전담했던 한수정 트레이너와 계약 종료에 대해선 "계약기간이 올해 6월 30일로 종료됨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종료 시'까지 계약 연장을 제안했으나 한수정 트레이너가 파리행을 거절했다"면서 "사전훈련캠프 출발일인 7월 12일까지만 계약을 연장했다"고 설명했다. 한수정 트레이너는 지난해 7월 컨디셔닝 관리사로 채용됐고 올해부터 안세영의 전담 트레이너를 맡았다.
논란이 계속되면서 진상위원회가 구성될 예정이다. 대한체육회는 7일 안세영 사건을 살필 조사위원회을 구성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체육회는 감사원 출신 감사관, 경찰 수사관 출신 체육회 청렴시민감사관과 국민권익위 출신 감사관, 여성위원회 위원 등 외부 감사 전문가 4명과 체육회 법무팀장(변호사), 감사실장으로 조사위를 꾸려 올림픽 폐회 후 조사에 착수한다.
파리 올림픽은 한국시간으로 12일 오전 막을 내린다. 안세영 이야기는 그 이후에 확인해볼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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