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 그린벨트 풀어 21만호 공급, 난개발·지방은 눈 밖인가
정부가 8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신규 택지를 마련하고, 재건축 규제 등을 완화해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는 게 요지다. 정부는 구체적으로 향후 6년간 서울·수도권에 21만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했다.
미래세대 몫인 그린벨트는 손댈 생각을 말아야 한다. 토지는 새로 만들거나 늘릴 수 없는 한정된 자원이다. 한번 훼손하면 복구도 거의 불가능하다.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그린벨트는 지켜야 한다. 그린벨트 해제가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보장도 없다. 후보지 발표와 공공주택지구 지정, 지구계획 수립, 토지보상 등을 거친 뒤 아파트를 지어 입주하기까지는 최소 8∼10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서울 북부지역 그린벨트는 산이기에 정부의 이번 발표는 강남권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이 지역 투기 붐만 일으킬 우려가 크다.
현재 서울에서 추진 중인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약 37만가구다. 이번 방안에는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해 정비사업 기간을 단축하고, 수익성을 높여주는 내용도 담겼다. 특별법을 제정해 용적률을 역세권 정비 사업은 360%에서 390%로, 일반 정비 사업은 300%에서 330%로 각각 높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임대주택을 대규모로 짓는다면 모를까 부동산 상승기에 공급 확대 정책은 빈부 격차만 키울 수 있다. 빌라 공급을 늘리기 위해 주택보유자에게 빌라 구입 세제 혜택을 주는 것도 문제다. 올 상반기 서울에 새로 지어진 빌라가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서울 강서구와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지난해 벌어진 전세 사기 사건 여파로 빌라 신축이 급감한 탓이다. 빌라 정책은 전세 사기 원천 방지와 서민·청년의 주거 안정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최근 서울의 집값 상승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강남 지역 등을 중심으로 매매 거래가 증가한 것이 불씨가 됐다. 여기에 부동산 정책 금융을 늘리고 대출 규제를 풀어 기름을 부은 장본인이 정부와 금융당국이다. 집값이 오른다는 이유로 그린벨트까지 풀어 공급을 늘리는 대증적 처방은 난개발과 양극화만 부를 뿐이다. 비좁은 서울과 수도권의 인구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지 오래다. 지방은 집이 남아돌고 있는데 ‘서울 일극주의’만 심화하는 정책을 펴는 윤석열 정부를 이해하기 어렵다. 이날 발표된 정책의 대부분은 법 개정 사항이다. 국회가 철저하게 검증하고 문제점을 바로잡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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