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역사교육 기관장 뉴라이트로 채우는 정부 역주행 멈추라
뉴라이트 성향 김형석 대한민국역사와미래재단 이사장이 8일 독립기념관장에 끝내 취임했다. 후보 심사에 참여한 이종찬 광복회장이 지난 6일 임명 중단을 촉구한 지 사흘 만이다. 당장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은 “독립기념관이 독립운동 역사를 감추고 부정하는 곳인가”라며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불응 시 3·1절과 광복절 등 정부 기념행사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천안지역 단체들도 해임 촉구 회견을 했고, 독립운동가 후손 2명은 법원에 집행정지 소송을 냈다. 뉴라이트 인사 강행의 평지풍파가 일고 있다.
광복절 앞에 독립기념관이 정점을 찍었지만, 역사·교육 기관장의 뉴라이트 인사 기용은 계속돼왔다. 지난달 한국학중앙연구원장에 ‘친일 식민사관’ 논란을 일으킨 <반일 종족주의> 공저자 김낙년 동국대 교수가 임명됐고,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과 김광동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장도 식민지 근대화론을 펴는 뉴라이트 단체의 주역들이었다. 지난 1월 취임한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일본이 과거에 대해 사죄하지 않는다는 기성세대 인식을 젊은 세대에게 강요해선 안 된다”는 억지 주장을 폈다. 정부의 역사·교육 연구 주관 단체 수장이 속속 뉴라이트로 넘어가는 일련의 움직임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가 국민과 ‘역사전쟁’이라도 벌이자는 것인가.
우극단 인사로의 역주행은 이명박 정부 때 8·15를 건국절로 바꾸려하고 박근혜 정부 때 ‘이승만·박정희 대통령’ 띄우기에 나섰던 것과 맥을 같이한다. 윤석열 정부에 뉴라이트가 포진하면서 또 한 번 노골적인 역사 왜곡과 국론 갈등이 일어날까봐 우려된다. 당장 <반일 종족주의> 공저자 정안기는 광복절에 맞춰 <테러리스트 김구>를 출간한다. KBS는 광복절 기획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 생애를 다룬 영화 <기적의 시작>을 방영한다고 한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역사 왜곡 다큐영화를 방영하는 것은 공영방송 책무를 저버리고 방송의 영향력을 특정 목적을 가진 세력에 갖다 바치는 것”이라며 비판 성명을 냈다.
역사·교육 기관 수장을 뉴라이트로 채운다고 해서 역사적 진실이 바뀌지 않는다. 독립영웅 홍범도 장군 흉상을 철거하려다 국민적 공분과 역풍을 맞고도, 뉴라이트를 계속 중용하는 정부 발상이 매우 개탄스럽다. 윤 대통령은 독립운동과 임시정부 역사를 축소·왜곡하려는 반역사적 인사를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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