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수출, 얼어붙은 내수…KDI “금리 인하로 경기 살려야”
‘뜨거운 수출, 차가운 내수.’
한국 경제 상황을 요약할 수 있는 표현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5월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2월)에서 2.6%로 0.4%포인트나 끌어올린 데는 수출 개선의 온기가 경제 전반으로 퍼질 것이란 기대가 깔려 있었다. 그러나 이 기관은 불과 석 달 만에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끌어내렸다. 예상보다 장기화된 내수 시장의 한기가 수출 호조로 인한 효과를 상쇄할 만큼 매섭다는 의미다.
내수지표 줄줄이 ‘마이너스’
케이디아이는 지난해 12월부터 우리 경제에 대해 ‘내수 둔화·부진’ 진단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 들어 내부 부진에 대한 표현이 점차 부정적으로 변화했다. 이 기관이 지난 7일 펴낸 ‘8월 경제동향’에서 “내수가 미약한 수준에 그치며 경기 개선을 ‘제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수가 부진하다’고만 했던 이전 표현들보다 수위가 올라간 것이다.
이는 지표로도 확인된다. 현재 경기국면을 파악할 수 있는 가장 최신 지표인 6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주요 내수 지표는 줄줄이 마이너스다. 6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3.6% 감소하며 4월(-2.0%)부터 3개월 연속 감소 폭이 확대되고 있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도 각각 2.7%, 4.6%씩 뒷걸음질 치며 두 달 연속 마이너스다. 서비스업 생산 중 소비와 밀접한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도 각각 3.7%, 1.2%씩 감소했다.
화창한 수출 전망…미국 경기 ‘먹구름’ 우려도
케이디아이가 이날 전망한 수출 전망은 여전히 밝았다. 수출 증가율을 기존 5.6%에서 7.0%로, 경상수지 흑자액 전망도 703억달러에서 770억달러로 올려 잡았다. 인공지능(AI) 특수를 누리고 있는 반도체 업황을 반영했다는 게 케이디아이의 설명이다. 김지연 케이디아이 전망총괄은 “지난 6월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올해 반도체 거래액 전망치를 종전(지난해 11월) 전망보다 크게 올려 잡았다. 이번 수출 전망에 이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다만 케이디아이는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빨리 둔화될 경우 우리나라의 수출 전망이 다시 어두워질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정규철 케이디아이 경제전망실장은 “실물 지표를 봤을 때 미국 경기가 급락할 가능성이 낮지만, 만약 급락하는 시나리오가 진행된다면 내수 부진에 수출 악화가 더해져 한국 경제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망에는 미국 경제 둔화 가능성이 반영되지는 않은 터라 추가적인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내수부진은 고금리탓”…‘조기 금리인하’ 재차 강조
케이디아이는 지난 5월 전망치 발표 때에 이어 이날도 ‘금리인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실장은 “현재 내수 부진의 원인은 고금리”라고 콕 집어 말했다. 그는 “한국은행이 우려하는 가계부채, 부동산가격 위험은 거시건전성 정책 등을 도입하면 금융 안정을 추구하면서 낮은 수준으로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했다. 케이디아이는 지난 5월에 “미국 등 특정 국가의 정책 기조에 동조화하기보다는 우리나라의 거시경제 상황을 고려해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미국의 금리인하를 기다릴 것 없이 독자적으로 금리인하를 결정해야 한다고 넌지시 압박한 셈인데, 이번엔 보다 직접적인 표현을 동원한 것이다.
한편, 케이디아이는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민생회복지원지원금 지급법(25만원 지원법)’이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정 실장은 “이번 성장률 전망에 민생지원금의 효과는 반영하지 않았다”면서도 “전체 지원 규모를 13조∼18조원 사이로 확인했다. 실제 법안이 집행된다면 성장률이 0.1%포인트 정도 오르는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이 약 2200조원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13조~18조원을 풀면 약 2조~3조원 수준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뜻이다. 민생회복지원금 지급법은 지난 2일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통령실은 “법률안 수용이 불가하다”며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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