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안전한 배터리에만 전기차 보조금”…제조사 공개도 의무화 추진
‘깜깜이’ 배터리 제조사도 공개
전기차 화재 대책 내달 발표
뒤늦게 대책마련 나선 정부
12일 전기차 긴급회의
8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환경부는 배터리 제조사별로 안전성을 평가하고 이를 근거로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직접 배터리 안전성을 비교해 소비자들이 보다 안전한 배터리를 구매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정부가 지급하는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면 당연히 더 안전한 배터리에 보조금을 주는 게 맞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현재 성능과 환경성만을 기준으로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배터리 에너지밀도에 따른 ‘배터리효율계수’와 배터리 재활용도를 의미하는 ‘배터리환경성계수’를 5개 등급으로 나눠 점수를 책정하는 방식이다. 안전성과 관련한 기준은 ‘주행 안전장치 장착’ 정도로 배터리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이에 배터리 안전성 평가 방식을 통일하고 제조사별로 자체 시행한 결과를 평가에 반영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글로벌 데이터를 참조하는 방법도 고려사항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자동차관리법을 비롯한 관련 법령을 살펴볼 예정이다. 자동차의 다양한 제원을 공개하도록 규정하는 이 법은 배터리를 공개 대상에 포함하지 않고 있어, 배터리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되풀이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사고로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법을 개정할지, 시행령을 비롯한 하위 법령을 수정할지 같은 구체적인 방향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기차 화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가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는데 대해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가 전기차 배터리의 안전인증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22년 자동차안전연구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전기차 배터리 이력관리 및 안전인증체계 제도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 관련 내용이 이미 제안됐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자동차 배터리 안전성 인증제도’를 만들고 내년 2월부터 시행한다.
연구진은 화재를 비롯해 각종 사고나 성능 안전상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력추적을 통해 신속하게 원인을 규명할 수 있도록 배터리 안전인증체계를 제도화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이력관리를 배터리 제작부터 안전성확인, 판매, 등록, 운행, 폐차, 제활용·재사용의 전주기적 관점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공공데이터로 민간 분야에 제공할 것을 제안했다. 제조사를 비롯한 배터리 기본 정보를 소비자 등이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게다가 최근 국토부가 일반 주차장보다 화재에 더 취약한 기계식 주차장에 전기차를 더 쉽게 주차할 수 있도록 하는 ‘주차장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정책 엇박자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개정안은 기계식 주차장에 입고할 수 있는 차량의 제원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중형 기계식 주차장은 전기 승용차 중 97.1%, 대형 기계식 주차장은 99.7%가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기존에는 중형 기계식 주차장은 전기 승용차의 16.7%, 대형 기계식 주차장은 93%가 이용 가능했다.
정부는 오는 12일 환경부 차관 주관으로 국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소방청을 비롯한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전기차 화재 관련 긴급회의를 연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달 초 전기차 화재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전기차 화재 대응에 무엇이 부족한지 전체적인 고민과 논의를 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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