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주택공급 대책] `GB해제` 수서·김포 혁신지구 거론… 발등의 불 끄기 역부족

김남석 2024. 8. 8.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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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평 의무비율 폐지 등 완화 불구
중·장기 계획만 내놔 논란 예상
단기대책 내놔야 목소리도 나와
[연합뉴스 제공]

정부가 8일 빠르게 오르는 집값을 잡기 위해 도심 내 정비사업 규제 완화와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신규 공급부지 확보, 비아파트 활성화 등 주택공급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당장의 집값을 잡겠다는 정책 방향과 달리 대부분의 정책이 중·장기 계획에 치우쳐 있고, 과도한 규제완화로 인한 부작용, 실현 가능성 부족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린벨트 어디가 풀릴까= 이번 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신규 공공택지 확보를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서울의 그린벨트 면적은 149.09㎢로, 서울 전체 면적의 약 25%에 해당한다. 서울 그린벨트는 이명박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을 짓기 위해 2009~2012년 서초구 내곡동, 강남구 세곡동 일대 등 5㎢를 해제 한 이후 대규모로 풀린 적이 없다.

유력 후보지로는 이미 개발 계획이 나온 수서차량기지 일대와 강서구 김포공항 혁신지구 등이 거론된다. 2026년 착공 예정인 김포공항 혁신지구는 사업지 중 9만㎡가 그린벨트로 묶여 있고, 수서차량기지도 서울시의 입체·복합 개발을 위해서는 그린벨트 해제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그린벨트 해제 1순위로 거론됐던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 가구단지 일대와 강남구 세곡동 자동차 면허시험장 주변 지역이 다시 검토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밖에 양재동 식유촌과 송동마을, 내곡동 탑성마을 등 그린벨트 내 집단취락 지역, 이미 교통 인프라가 갖춰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앞 그린벨트 부지 등도 '알짜'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비닐하우스나 집단취락 지역 등으로 이미 일부나 전부가 훼손된 지역을 중심으로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제를 통한 신규 택지 확보 계획은 소요기간이 너무 길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특히 이번 대책이 최근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빠르게 오르는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발표한 것임을 고려하면, 전반적인 대책이 중·장기적 계획에 치우쳐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린벨트 해제부터 환경단체 등의 반대가 예상되고 이후 택지 지정, 사업자 선정 등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서진형 광운대 교수는 "일부 훼손된 그린벨트를 중심으로 추진한다면 해제 자체는 실현이 가능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며 "된다고 하더라도 언제 공급될지도 가늠하기 어려운 것을 지금 이 시점에 대책으로 내놓은 것은 다소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재건축 규제도 확풀어… 야당 설득은 숙제= 정부는 정비사업 특례법을 제정해 정비사업의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공급 의무비율을 폐지하고, 재건축 조합설립인가를 위한 동의 요건을 기존 75%에서 70% 이상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정비사업 촉진을 위한 특례법에는 3년 한시로 정비사업의 최대 용적률을 법적 상한 기준에서 30%포인트 올려주고, 주상복합 재건축 시 건축물 용도제한을 폐지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85㎡이하 주택공급 의무비율 폐지는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사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현재 과밀억제권역의 재건축 사업은 전용 85㎡ 이하를 건축 가구 수의 60% 이상, 재개발 사업은 80% 이상 건설해야 한다.

재개발사업의 경우 지역 특성상 빌라와 같은 주택유형이 많아 조합원 수도 늘어난다. 정해진 용적률 내에서 모든 조합원에게 새로 지어진 아파트를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의무 비율을 충족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다만, 서울 내 집값이 높은 주요 지역의 재건축에서는 소형주택 의무비율이 재건축 사업의 발목을 잡기도 했다. 단지 내 소형주택 수요가 적고, 소형주택이 오히려 집값이 하락을 유기할 수 있다는 우려에 소형주택만으로 구성된 별도 단지를 설계하는 꼼수를 부리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소형주택 축소로 서민의 도심 주거 보장, 소셜믹스 등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소형주택 의무비율 폐지로 공급 주택이 더 줄어들 수 있어 '공급대책'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최근 공사비 급등, 사업성 저하 등으로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정비사업의 사업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주택공급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지만, 과도한 규제 완화로 '거야'(巨野) 정국을 넘는 것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과거 주택공급 대책에서 공공성을 강조했지만, 이번 특례법에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재초환) 폐지와 임대주택 비율 완화 등 민주당이 강조했던 공공성 부분이 모두 축소되거나 폐지된다.

권대중 서강대 교수는 "분상제, 재초환 등 현재 있는 규제를 고려하면 85㎡ 의무비율 폐지 자체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폐지로 인해 줄어드는 소형주택을 대체할 수 있는 빌라와 오피스텔 등에 더 많은 혜택을 마련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책에 비아파트 관련 혜택이 포함되긴 했지만, 매입확약은 공급까지 너무 많은 기간이 소요되고, 취득세와 재산세뿐 아니라 거래세까지 감면해야 비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합설립인가 동의율이 75%에서 70%로 줄어드는 것도 논란이 예상된다. 앞서 공공재개발 등에 동의율 요건을 낮췄을 당시 개발을 원하지 않지만 강제로 조합에 가입하거나 집을 팔게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진 바 있다.

조합설립인가 이후 매몰비용이 커지면서 사업을 취소하기도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분담금을 낼 여유가 없거나, 개발 이후 이사를 하기 어려운 주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조합원 자격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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