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게손’ 재수사, 성차별적 수사 돌아보고 혐오범죄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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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넥슨 집게손가락 온라인 괴롭힘' 사건에 대해 재수사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가해자들은 넥슨 게임의 홍보 영상에 나온 집게손가락이 남성혐오 표현이라고 단정한 뒤, 해당 장면을 그리지도 않은 피해자를 지목해 '온라인 괴롭힘'(사이버불링)에 나섰다.
수사기관조차 "집게손가락의 기업 광고 사용이 금기시되는 게 현재 풍토"라며 여성혐오 논리에 면죄부를 줘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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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넥슨 집게손가락 온라인 괴롭힘’ 사건에 대해 재수사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가해자들의 여성혐오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인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알려지고 편파적이라는 비난이 쏟아진 지 이틀 만이다. 경찰이 부실 수사를 인정한 건 다행이지만, 당장의 여론을 의식한 형식적 조처로 끝나선 안 된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여성혐오와 ‘페미니즘 마녀사냥’에 있다. 지난해 11월 가해자들은 넥슨 게임의 홍보 영상에 나온 집게손가락이 남성혐오 표현이라고 단정한 뒤, 해당 장면을 그리지도 않은 피해자를 지목해 ‘온라인 괴롭힘’(사이버불링)에 나섰다. 영상에서 0.1초 동안 나온 여성 캐릭터의 손가락 모양이 갈무리돼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에 전파된 직후였다. 엉뚱한 사람이 피해자로 지목된 이유는 상식적이지 않았다. 그가 엑스(X·옛 트위터)에서 ‘페미니스트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게 문제가 됐다. 앞뒤 맥락이 잘린 채로, 마치 피해자가 집게손가락을 몰래 넣기라도 한 것처럼 글이 유포된 것이다. 결국 피해자는 인신공격과 성희롱 등 최소 3500여건에 이르는 괴롭힘을 당한 끝에 명예훼손과 모욕 등의 혐의로 가해자들을 고소했다.
그런데 피해자를 적극 보호해야 할 수사기관은 오히려 피해자에게 사건 발생 원인을 돌리는 듯한 2차 가해를 서슴지 않았다. 지난달 24일 서초서는 불송치 결정 근거로 “피의자들의 글이 극렬한 페미니스트들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는 과정에서 다소 무례하고 조롱 섞인 표현을 사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페미니즘은 공격받아 마땅하다는 여성혐오 논리에 적극 동조한 것이나 다름없다. 엑스에 피의자 특정을 위한 신원 확인 협조 요청조차 하지 않은 무성의함은 이런 성차별적이고 편향적인 인식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집게손은 남성혐오’라는 억지 주장과 그에 따른 무차별적인 온라인 괴롭힘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기업과 정부는 사안을 바로잡고 제대로 해명하기보단 덮어놓고 사과문을 내는 등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처리해왔다. 수사기관조차 “집게손가락의 기업 광고 사용이 금기시되는 게 현재 풍토”라며 여성혐오 논리에 면죄부를 줘서야 되겠는가. 뒤늦게나마 경찰이 재수사 결정을 내린 것은 잘한 일이다. 다만 공정한 재수사를 위해선, 앞선 수사의 잘못된 경위를 제대로 밝혀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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