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락 후 반등을 믿지 말라?…통상 전 저점 다시 테스트[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4. 8. 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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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미국 증시가 경기 침체 우려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따라 급락한 뒤 힘 있는 반등세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이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S&P500지수 올들어 추이/그래픽=김지영


네드 데이비스의 수석 미국 전략가인 에드 클리솔드와 선임 퀀트 애널리스트인 싼 뉘옌은 7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증시가 수주일 내에 지난 5일 저점을 재시험한 뒤 다시 상승세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두 사람은 "결론적으로 미국 증시는 향후 수주일간 지난 5일 급락의 여파를 느끼겠지만 현재 경제 펀더멘털은 주요한 약세장 상황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증시 하락은 몇 주일간 조정으로 마무리되고 다시 랠리를 시작할 것이란 예상이다.

두 사람은 월가에서 '공포지수'라 불리는 시카고 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가 지난 1일 16.4에서 지난 5일 38.6으로 3거래일만에 두 배 이상 급등한 점에 주목했다.

두 사람에 따르면 VIX가 단 3거래일만에 두 배 이상 급등하기는 이번을 제외하고 역사상 4번밖에 없었다. 이들이 이 4번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VIX가 급등하는 동안 S&P500지수는 급락했고 이후 수주일간 반등하다 다시 전 저점을 재시험하는 양상을 보였다.

사례가 4번밖에 없긴 하지만 4번 모두 S&P500지수는 급락 이후 VIX가 급등하는 동안 기록했던 전 저점을 깨고 내려갔다. 하지만 4번 중 3번의 경우 S&P500지수는 1년 뒤 상승해 있었고 평균 수익률은 11.2%였다.

VIX 급등 뒤 S&P500지수 추이/그래픽=윤선정


지난 5일 S&P500지수 종가는 지난 7월16일에 기록한 사상최고가 대비 8.5% 낮은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전 고점 대비 최대 낙폭이다. 두 사람은 증시가 평균 1년에 한 번은 10%가량의 조정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클리솔드와 뉘옌은 증시가 최근처럼 급락한 뒤에는 "과매도, 랠리, 저점 재시험, 시장 폭의 돌파"라는 4단계의 회복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지난 5일 S&P500지수의 3% 하락은 시장이 과매도됐음을 보여준다며 하락 종목의 수가 상승 종목의 수를 18 대 1로 압도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회복 과정의 2단계인 랠리는 지난 6일 증시 반등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은 그러나 이같은 첫 반등은 통상 첫번째 매도세 때 저점을 재시험하는 수준의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회복 과정의 3단계인 이 저점 테스트가 성공하려면 첫번째 급락 때보다 신저점을 경신하는 종목과 섹터가 줄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때 신저점 경신 종목과 섹터가 오히려 더 늘어나면 증시는 다시 첫 단계인 과매도로 돌아가 랠리와 저점 재시험 단계를 다시 거치게 된다.

마지막 4단계인 시장 폭의 돌파는 상승 종목의 수가 하락 종목의 수를 압도하는 것으로 이는 증시가 강세 기조로 복귀했음을 알리는 신호다.

다만 이들은 상장지수펀드(ETF)와 알고리즘 거래가 늘면서 증시가 전 저점을 제시험하는 단계를 건너뛰는 경우가 있다며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섰음을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신호는 상승 종목의 수가 하락 종목의 수보다 크게 앞서는 양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클리솔드와 뉘옌은 "기본 펀더멘탈이 견고하게 유지된다면 증시는 4단게 과정을 거쳐 상승 추세를 재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8일 실업수당 청구건수에 '촉각'
한편, 경제 펀더멘털과 관련해 8일에는 오전 8시30분(한국시간 오후 9시3분)에 나오는 신규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매주 나오는 변동성이 다소 큰 고용지표이기 때문에 평소에는 중요성이 크지 않다.

하지만 생각보다 빠른 노동시장 둔화가 최근 시장의 걱정거리가 되고 있는 만큼 실업자 추이를 가늠하게 해주는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평소보다 더 주목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개장 전에는 비만 치료제와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로 올들어 주가가 급등했다 최근 큰 폭 조정을 받은 일라이 릴리가 실적을 발표한다.

오후 1시에는 250억달러 규모의 30년물 국채 경매가 진행된다. 하루 전인 7일에 10년물 국채 경매가 수요 부진을 겪자 국채수익률이 오르며 증시가 하락 압력을 받은 것을 고려하면 이날 국채 경매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최근 노동시장을 비롯한 경제 전반에 대해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입장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오후 3시에는 톰 바킨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연설이 예정돼 있다.

다음주 CPI 발표가 중요
미국 증시가 기다리는 다음 중요한 경제지표는 오는 14일에 발표될 지난 7월 소비자 물가지수(CPI)이다.

CPI 상승률이 하락세를 지속한다면 현재 시장이 기대하는 오는 9월 연준의 0.5%포인트 금리 인하 기대가 유지되며 증시에 호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CPI 상승률이 예상치를 웃돈다면 노동시장이 급격히 둔화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하락세마저 더뎌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며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인플레이션 상승) 우려가 제기될 수 있으며 이는 증시에 큰 충격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올초에 여름 조정을 예상했던 스티펠의 수석 주식 전략가인 배리 배니스터는 지난 5일 배런스와 인터뷰에서 자신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게 완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경제가 앞으로 급격한 경기 둔화의 중간 사이클로 접어들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완만한 스태그플레이션의 조짐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니스터는 월가 약세론자 중의 하나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는 S&P500지수가 오는 10월까지 5000으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지난 7월16일 사상최고가 대비 12%가량 하락한 수준이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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