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흙수저’ 러닝메이트 경쟁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표방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2016년 미국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켰지만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패해 후보가 되지 못했다. 민주당 주류는 그가 너무 고령(당시 74세)이고 좌파적이라고 봤다. 본선에서 클린턴은 샌더스와 반대 방향에서 백인 노동계급의 불만을 대변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이기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선의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러닝메이트로 택한 것은 중도좌파 정당 민주당으로선 작은 변화라 할 수 있다. 월즈는 펜실베이니아·애리조나 같은 경합주 스타 정치인들에 비해 덜 알려진 데다 가장 좌파적이다. 미네소타가 중서부 농촌 지역으로 분류되지만 민주당 우세주여서 경합주 경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민주당은 의회에선 꽤 진보적 성향을 띠지만, 대선에는 중도 후보를 내야 한다는 강박이 여전히 강하다.
의외의 선택에 언론들은 월즈와 공화당 부통령 후보 J D 밴스 상원의원의 ‘닮은 듯 다른’ 특성에 주목했다. 월즈는 동서부 해안 도시 엘리트 출신이 아닌 중서부 내륙 ‘흙수저’ 이미지를 갖고 있다. 네브래스카 시골에서 태어나 고교 졸업 후 주방위군에 입대하고, 20년가량 교사 생활을 한 점이 오하이오의 가난한 집안 출신으로 군 생활 후 대학에 진학한 밴스와 통한다. 월즈가 보통의 쉬운 언어로 트럼프·밴스를 공격하는 능력도 주목받았다. ‘아이는 낳지 않고, 고양이나 돌보는 여성’ 등 막말에 논리적으로 반박하기보다 ‘저 사람들 좀 괴상하죠(weird)’라고 비꼰 게 인터넷 밈이 됐다.
무엇보다 월즈는 민주당 내 좌파가 지지하는 후보이다. 샌더스는 해리스의 러닝메이트 결정 전에 일찌감치 월즈 지지 선언을 했다. 월즈가 노동계급 이익을 가장 잘 대변할 후보라는 점에서다. 실제로 월즈는 노동자 유급휴가, 무상급식, 의료보험 등에서 진보적 목소리를 내왔다. 이번 선택은 노동계급의 불만에 대처하는 민주당식 정면 대응이라 할 수 있다. 미국 정치의 양극단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시각이 있지만, 오히려 양당이 진짜 문제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해결해보고자 경쟁하는 구도에 좀 더 접근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손제민 논설위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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