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發 피해 6300억… 증권사·거래소 "책임 없다"
금감원 "ATS 오류, 귀책 어렵다"
증권사 사태 해결 역량 지적도
미국주식 주간거래 취소 사태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당시 거래 취소액만 6300억원에 달하고, 증권사의 처리 미흡으로 현지 대체거래소(ATS)와 관계 없는 프리마켓과 정규장에서까지 장애가 발생해 손해액은 더 불어날 전망이다.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은 주간거래와 프리마켓, 정규장 모두 외부 요인으로 발생한 만큼 내부규정상 보상이 어렵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지 사정으로 생긴 오류를 제시간에 처리하지 못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증권사의 책임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지난 5일 발생한 미국주식 주간거래 취소사태와 이후 시스템 복구를 위해 발생한 프리마켓·정규장 지연에서 발생한 투자자 손해에 대해 보상을 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주문말소로 인해 거래 불편을 느낀 고객님들의 상황은 안타깝지만, 해외거래소 장애로 인한 주문말소 처리로 국내 증권사로서는 불가항력인 상황"이라며 "이는 보상 대상이 아니고, 보상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측도 보상 계획이 없다고 밝히면서 '외부 요인으로 발생한 손해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내부규정을 어기고 보상할 경우 오히려 배임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 ATS에 책임을 물을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는 "국내에서도 거래소 문제로 발생한 지연에 대해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답했다.
NH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 등 다른 증권사도 내부 규정에 보상이 불가능하다고 명시해 놓은 상황이다. 결국 증권사와 ATS 등 누구도 책임을지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번 사태는 지난 5일 미국 현지 ATS 블루오션의 거래체결시스템이 셧다운되면서 발생했다. 당시 미국 경기침체 우려로 아시아 증시가 폭락한 뒤 아시아 투자자들의 미국주식 주문량이 폭주하면서 발생했다.
당시 블루오션은 오후 2시45분 이후 체결된 거래를 일괄 취소했다. 이에 국내 증권사들은 해당 계좌의 환불 처리 등 전산작업에 나섰고, 이로 인해 일부 증권사에서는 오후 5시부터 진행되는 프리마켓과 오후 10시 30분 개장한 정규장에서도 거래를 지원하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당시 19개 증권사 9만개 계좌에서 6300억원의 거래가 취소됐다. 취소된 거래의 결제금액은 모두 환불처리 됐지만, 증시 변동성이 극대화된 상황에서 원하는 시점에 매도를 하지 못해 발생한 손해는 산정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환불 처리 과정에서 일부 증권사에서 미수금 등을 잘못 계산해 추가 혼란이 야기되기도 했다. 또 취소사태 이후 프리마켓과 정규장에서까지 거래가 제한되면서 손해금액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측은 정규장을 포함한 거래지연 사태 모두가 현지 ATS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ATS 문제를 제시간에 해결하지 못해 현지 ATS와 관계 없는 시장에서까지 거래를 하지 못한 것은 증권사의 역량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간거래와 정규장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며 "갑자기 문제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더 많은 재원과 인력을 투입해 제시간에 이를 처리하지 못한 증권사가 책임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눈에 보이는 손해가 없다고 하더라도 거래를 하지 못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를 감독해야 하는 금융감독원은 증권사의 손을 들어줬다. 현지 ATS의 시스템 오류로 인한 일방적 거래 취소로 발생한 문제에 대해 국내 증권사의 귀책을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해외 주식거래는 현지 브로커나 거래소의 안정성에 따라 시스템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자의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증권사와 투자자간 자율 조정을 추진해 투자자 불만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질문에 "국내 증권사들에게 해외주식 주간거래 서비스를 지금의 단일 경로가 아닌 복수의 경로를 통해 주문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것은 오랜 기간 챙겨왔던 부분"이라며 "다만 이번 사태 같은 경우는 워낙 많은 주문이 특정 시기에 몰려 기술적으로 발생한 문제가 아닐까 짐작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완전히 돈이 사라진 건 아니기 때문에 손해를 어떻게 산정하냐에 대한 문제가 있지만 취득 가능한 이익의 미실현 문제나 개인의 자율적 투자 의사결정이 침해됐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어느정도 책임이 있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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