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요원 유출’ 군무원 간첩죄 적용 … “내부 조력자 수사”

구현모 2024. 8. 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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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사 기밀유출 수사 안팎
방첩사, 기소 의견으로 檢에 구속 송치
당초 영장엔 ‘군사기밀법 위반’만 적시
추가 수사서 北과 연계 정황 포착한 듯
국방위 출석 신원식 장관 “국민께 송구”
野 ‘장성 간 갈등’에 申 연루 의혹 제기
申 “진급 청탁 등 모든 의혹 창작” 반박
신분을 숨기고 해외에서 활동 중인 군 정보요원의 신상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 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이 검찰에 넘겨졌다. 북한과 연계성이 확인됐을 때만 적용할 수 있는 간첩죄가 적용됐다. 북한에 군사기밀이 넘어갔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군 수사 당국은 정보사 내 조력자가 있었는지에 대한 수사를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기밀유출 군무원 간첩죄 적용 기소의견 송치

국군방첩사령부는 8일 정보사 군무원 A씨를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 군형법상 일반이적 및 간첩 혐의 등을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앞서 방첩사는 지난달 30일 A씨를 구속하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다만 구속영장에는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만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 이후 추가 수사를 통해 간첩죄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형법이나 군형법상 간첩죄는 적, 적국을 위해 간첩활동을 한 자를 뜻하고 최대 사형에 처하는 중범죄다. 여기서 적국은 북한을 뜻해 북한에 기밀을 유출하거나 간첩활동을 한 자에게만 적용되는 죄목이다. 이 때문에 방첩사가 간첩 혐의를 적시해 송치했다는 것은 수사 과정에서 A씨가 북한과 연계된 정황을 밝혀낸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A씨는 정보사에서 첩보 수집과 신분을 숨기고 활동하는 ‘블랙 요원’ 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정보당국은 지난 6월 A씨가 기밀 정보를 유출했다는 사실을 포착해 군에 통보했고 방첩사는 북한 관련 첩보 업무에 종사하는 요원의 개인정보 등이 유출돼 한 중국인 동포(조선족)에게 넘어간 것을 확인했다. 여기에는 ‘블랙 요원’들의 정보도 있었는데 북한에 해당 정보가 넘어갔을 우려가 나온다. 군 안팎에서는 자료를 받은 중국인 동포가 북한 정찰총국 정보원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방첩대가 A씨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한 만큼 자료를 건네받은 중국인 동포와 북한의 연계성을 파악했거나, 건네진 자료가 북한 쪽으로 흘러들어 간 정황을 확보한 것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하다.

수사당국은 정보사 내부 컴퓨터에 있던 보안자료는 A씨의 개인 노트북으로 옮겨졌고, 이 자료가 다시 외부로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가 업무용 컴퓨터에 저장된 기밀 정보를 메모하거나 일부 내용을 기억한 뒤 개인 노트북에 옮겼을 가능성도 있다. 군사기밀을 개인 노트북으로 옮긴 행위 자체가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
곤혹 신원식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원천희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최상수 기자
◆신원식, 내부 조력자 우려에 “가능성 수사”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블랙 요원의 기밀 누출과 기타 정보사 고위 장성끼리의 볼썽사나운 모습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국방부 조치 사항에 대해 “노출된 인원에 대한 즉각적인 신변 안전 조치 그리고 그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 위한 조치, 수사를 즉각 시행하는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신 장관은 이어 “지금 정보 업무에 큰 공백은 없다. 대부분 다 정상화됐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전반적인 혁신,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현지에 있던 인력들은 철수했지만 다른 요원들의 임무 조정을 통해 보완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이 “내부 조력자가 있다는 의심도 드는 상황”이라고 지적하자 신 장관은 이에 “그럴 가능성을 가지고 수사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최근 정보사는 기밀유출 사건뿐만 아니라 사령관과 여단장이 서로를 하극상 및 폭행으로 수사 의뢰 및 고소를 하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육군 소장인 정보사령관은 준장 계급의 여단장으로부터 보고받던 중 폭언을 들었다며 그를 상관 모욕 혐의로 수사 의뢰했다. 반대로 여단장은 보고 과정에서 사령관이 결재판을 던져 폭행당했다며 사령관을 폭행 등 혐의로 고소했다.

이날 야당에서는 정보사 장성 간 갈등에 신 장관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신 장관과 동기생인 조모 (예비역) 장군(현 군사정보발전연구소 이사장)이 청탁을 해서 (현 여단장을) 진급을 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진급 청탁을 대가로 여단장이 안가를 무료로 쓰게 해 줬다는 의혹”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신 장관이) 국방부 장관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고 싶은 마음에 조모 이사장에게 휴민트 조직을 장관 직속으로 갖고 싶은 방안을 검토하고 논의하신 바가 있다는 말이 있다”며 “그것이 오늘의 국방정보망 궤멸로 이어지고 하극상을 촉발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 장관은 “진급 청탁이 있었다는 것은 제 명예에 심각한 손상”이라며 “이 모든 것은 창작에 가깝다”고 답했다.

국방부는 이날 정보사의 조직 및 업무 개선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현재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장이 국방부 정보본부장과 정보부대에 대한 지휘관 세 가지 임무를 겸하고 있어 지휘·감독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와 업무 조정 및 조직 개편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현모·김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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