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 ‘패스트트랙’ 등 망라…집값 과열 식히기엔 한계
정부의 ‘8·8 주택공급 확대 방안’은 최근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재건축·재개발 공급 기반 확충, 비아파트 공급 확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택지 공급 계획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한 게 특징이다. 그러나 신규 주택 공급에는 최소 몇년 이상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시장의 불안 심리를 가라앉히기에는 한계가 또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12년 만에 서울 ‘선호지역’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겠다는 정부의 택지 공급 대책은 선택받은 소수가 ‘로또 혜택’을 누리는 방안인 터라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가 준비한 회심의 카드는 ‘재건축·재개발 패스트트랙’이다. 서울 도심권 주택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 ‘재건축·재개발 촉진법’(특례법)을 제정해, 현재 진행 중인 37만호 규모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조합설립 동의요건 완화(75%→70%) △인허가 통합 처리 등이 뼈대다. 또 3년 한시로 정비사업의 최대 용적률을 법적 상한 기준에서 30%포인트 올리는 등 사업자를 위한 인센티브도 내놨다. 또 조합원의 분담금 납부 목적으로 주택연금 개별 인출을 허용하고, 규제지역 외 분양가 12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선 조합과 1주택자 조합원의 취득세를 40% 범위 안에서 감면하기로 했다.
정부는 관련 법안을 가을 정기국회에 제출해 입법을 서두른다는 방침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폐지 법안과 달리, 정비사업 촉진법에 대해선 야당의 협조를 구할 수 있을 것으로 국토교통부는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조합원 기대수익이 커지면, 외부 투기수요가 몰려 다시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탓에 국회 논의 과정에 난항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국토부는 주택 사업자가 분양받은 수도권 공공택지 내 주택 공급을 앞당기기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2조원 규모의 미분양 매입 확약을 제공하는 방안도 내놨다. 사업자가 내년 말까지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아파트 착공에 들어갔다가 준공 후 미분양이 발생했을 때 엘에이치가 분양가의 85~89% 수준에서 집을 사주는 식이다. 적용 대상은 수도권 3만6천가구 정도로, 최근 공사비 인상 문제나 사업성 악화로 분양을 미루거나 택지 반납 등을 고려하던 사업자들은 매입 확약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사기 등의 여파로 위축된 비아파트 시장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임대인, 실수요자, 임차인 등에 대한 세제·청약 등 맞춤형 지원 방안도 나왔다. 신축 소형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산정 시 이를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특례 적용 기간이 2025년 말에서 2027년 말까지로 2년 연장된다. 또 신축이 아닌 기존 소형 주택을 구입해 등록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는 경우에도 세금 산정 때 주택 수에서 제외된다. 비아파트 구입자를 청약 때 무주택으로 인정해주는 범위도 수도권 기준으로 전용면적 85㎡(현재 60㎡) 이하, 공시가격은 5억원(현재 1억6천만원) 이하로 대폭 상향된다.
정부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내년까지 11만가구 이상(엘에이치 신축든든전세 포함)의 신축매입임대주택을 공급하되 서울은 비아파트 공급 상황이 정상화될 때까지 무제한으로 주택을 매입해 전월세로 공급한다는 구상도 내놨다. 특히 공공 신축매입 11만가구 중 최소 5만가구는 6년 임대 뒤 입주자에게 분양하는 ‘분양전환형 신축매입’을 도입해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이번 주택공급 확대 방안은 5~6년 안에 양질의 주택이 공급된다는 강력한 신호를 시장에 보냈다는 의미는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러나 이 정도 물량과 제시된 공급 일정에 따라 실수요자들이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줄 것인지는 미지수다. 문재인 정부 당시 집값 급등기 때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은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고 말했지만 2030세대의 공황매수(패닉바잉)를 막지 못했다.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부동산학과)는 “강남권 그린벨트를 풀어 1만가구 정도를 공급하고 매입임대주택을 확대하는 정도로는 ‘언 발에 오줌 누기’가 될 것”이라며 “엘에이치의 공적 역할을 대폭 강화해 도심 역세권, 낙후지역 등에서 양질의 주택 공급을 늘리는 동시에 전반적인 주택 수요 관리에 문제가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훈 선임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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