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업황 침체에 또다시 '적자 늪'…반전 카드는?
"포트폴리오 고도화 가속, 일부 투자계획 조정"
롯데케미칼이 올해 2분기 1000억원대 영업손실을 내면서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지난해 3분기 28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6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나 그해 4분기부터 다시 적자로 전환, 이번에도 적자 고리를 끊어내지 못했다. 이번 영업손실 규모는 시장 전망치를 500억원 이상 하회하는 수준이기도 하다. 납사 등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래깅 효과로 재고평가손실이 늘었다.
롯데케미칼은 일부 투자계획 조정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강화키로 했다. 기존 투자계획은 순연하되 전략적 중요도가 낮은 투자는 축소할 방침이다. 이에 내년 설비투자(CAPEX) 규모는 올해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들 전망이다.
포트폴리오 고도화에도 적극 나선다. 기초화학 사업 비중을 줄이는 이른바 '에셋라이트'에 기반, 최근엔 사업적 우선순위도 잡은 상태다. 향후 방안이 구체적으로 정해지면 시장과 소통할 계획이다.
기초화학서 대규모 손실 '어닝쇼크'
롯데케미칼이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5조2480억원, 영업손실 1112억원을 기록했다고 8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4% 늘었으나 손실 규모는 60.8% 확대됐다.
당초 증권가는 롯데케미칼이 300억~600억원대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했지만 실제 성적은 이보다도 저조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 2분기 영업손실 컨센서스는 481억원이었다.
손실 대부분은 기초화학(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LC 타이탄·LC USA·롯데GS화학) 부문서 발생했다. 이 기간 기초화학 부문은 영업손실 1392억원을 기록했다. 적자 폭은 전년 동기 대비 400억원 가량 줄었으나 손실 규모가 여전히 컸다.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래깅 효과로 재고 평가손실이 증가, 수익성 개선이 어려웠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간이 보수 등 기회손실 비용도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자회사 롯데정밀화학도 상대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냈다. 올해 2분기 롯데정밀화학 영업이익은 17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75.3% 급감한 수준이다.
첨단소재 부문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각각 757억원, 30억원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앞선 두 사업 부문의 손실 및 감소 폭을 상쇄하긴 역부족이었다.
하반기에도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은 어려울 전망이다. 이날 실적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 콜에서 성낙선 롯데케미칼 최고재무책임자(CFO) 상무는 "기존 대비 감소한 증설·물량·금리인하 등으로 점진적 수급 개선이 기대된다"면서도 "단기 수요 회복지연, 운송비 상승 등 경영환경 불확실 또한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초화학 비중 줄이고 신사업 키운다
이에 롯데케미칼은 근본적인 체질개선에 적극 나설 계획을 강조했다. 우선 투자계획을 일부 수정해 재무건전성을 다지겠다는 방침이다.
성 상무는 "당사는 단기적으로 컨트롤이 가능한 영역에 실행력을 집중해 재무건전성을 제고하고자 한다"며 "우선 불확실한 시장 상황 및 전방산업 수요에 연계해 기존 투자계획들을 순연하되 전략적 중요도가 낮거나 전략 방향과 맞지 않는 항목은 축소해 캐시 플로우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CAPEX 규모는 올해 3조원대 수준에서 내년 1조7000억원까지 줄일 예정이다.
포트폴리오 관련 '선택과 집중' 전략에도 속도를 낸다. 이날 롯데케미칼은 "기초화학 비중을 축소하기 위해 우선순위를 두고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우선순위 설정 및 '에셋라이트' 추진 대상 리스트업을 대략 완료했으며, 다양한 투자자들과 접촉해 일부 프로젝트는 상당 부분 진도가 나간 상태라는 설명이다.
'에셋라이트'는 기초화학 부문의 매출 비중을 현 60%에서 30% 이하로 줄이는 포트폴리오 대전환을 뜻한다. 범용제품 비중을 줄여 현금 창출 능력을 높이고, 고부가·신성장 사업 투자에 나서겠다는 게 골자다. 롯데케미칼은 이를 가리켜 '에셋-라이트(Asset-Light)'로 칭했다. 앞서 이훈기 대표이사가 올해 1분기 컨퍼런스 콜에 직접 등판, 관련 전략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아울러 운영 효율화를 통해 현금흐름을 개선할 방침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올해는 운전자본 유동화 및 공장 오퍼레이션 등을 통해 약 4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라며 "2025년까지 약 2조3000억원 추가 현금 확보를 에셋라이트 전략으로 진행토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당사는 기초화학·첨단소재·정밀화학·전지소재·수소에너지 등 5개 전략사업단위의 속도감 있는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진행 중"이라며 "매입채무 유동화 및 운전자본 개선 등으로 재무 건전성 제고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롯데케미칼은 지난 7월 5일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기초화학 대신 신사업을 육성시켜 오는 2030년까지 기업가치 5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이 대표가 취임 이후 기업설명회에 처음 참석, 회사 전략을 직접 설명해 이목을 끈 바 있다.
강민경 (klk707@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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