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면/메인/재건축 조합 설립 쉽게, 계획도 통합처리…층수도 더 올려준다

손동우 기자(aing@mk.co.kr) 2024. 8. 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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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8·8 주택공급 대책’에서 재건축·재개발 촉진법(특례법)을 제정해 도심 내 아파트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 초 1·10 대책에서 안전진단을 완화하는 식으로 정비사업 문턱을 크게 낮췄지만, 이정도로는 꽉 막힌 재건축·재개발을 뚫을 수 없다는 절박한 계산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번 촉진법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모든 단계를 겨냥하고 있다. 조합 설립요건을 낮춰 사업 시작을 쉽게 만들고,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해 사업 진행환경을 우호적으로 조성하는 식이다. 재건축 부담금 폐지 추진 등은 사업 후반 단계에 있는 단지들을 위한 목적이 강하다. 다만 특례법 제정부터 대부분 내용이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 국회 논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정비사업 기간을 줄이기 위해 단계별 계획을 통합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든 점이다. 초기계획인 ‘기본계획’과 ‘정비계획’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게 하고, 정비계획을 수립할 때 분담금 추산처럼 시간이 많이 필요한 절차는 간소화한다. 예를 들어 정비계획을 수립할 때는 대표 유형의 분담금만 산정하고 조합 설립후 가구별로 산정하는 방식이다.

조합을 만든 후 단계적으로 지자체 인가를 받아야 하는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도 동시에 수립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지자체 역시 일괄적으로 인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하면 현재 ‘기본계획-정비구역 -조합설립-사업시행-관리처분-착공-준공’으로 총 7단계인 정비사업을 5단계로 줄일 수 있다. 국토부는 사업 기간을 3년가량 단축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 재건축 조합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율 기준도 완화했다. 전체 주민 기준으로는 기존 75%에서 70%로, 동별 동의율은 기존 2분의 1에서 3분의 1로 각각 완화한다.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정책도 대거 포함됐다. 3년 한시적으로 정비사업 최대 용적률을 지금보다 더 높여주기로 했다. 역세권 정비사업은 법적상한의 1.2배(360%)까지 허용했는데 1.3배(390%)까지 추가로 허용한다. 일반 정비사업도 기존 법정상한(300%)까지 허용하던 것에 1.1배(330%)까지 추가할 수 있게 된다. 용적률 완화에 따라 의무적으로 공급하는 임대주택은 현재 용적률의 50% 수준인데 서울시에서 차등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미 발표한 대로 임대주택 인수가격도 지금보다 40%가량 올릴 예정이다. 다만 규제지역과 대책발표일 이전에 사업계획 인가를 신청한 곳은 적용대상에서 제외한다.

전용 85㎡ 이하 주택 공급의무도 폐지한다. 현재 재개발은 80% 이상, 과밀억제권역 내 재건축은 60% 이상 전용 85㎡ 이하 주택을 의무적으로 공급해야 했다. 또 주상복합으로 재건축할 경우 아파트와 업무·문화시설을 함께 지을 수 있도록 건축물 용도제한도 폐지한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민들이나 시공사에게 발생하는 부담도 대폭 줄여준다. 우선 재건축·재개발 분담금을 납부할 목적이라면 주택연금 개별 인출도 허용한다. 연금 한도 50%까지 가능했던 인출 수준도 분담금 납부 목적일 경우 한도를 70%로 올린다. 또 재건축 사업지역의 1주택 조합원들의 취득세도 깎아준다. 규제지역이 아닌 곳만 분양가 12억원 이하인 경우 지자체가 조례로 최대 40% 범위 안에서 감면해준다.

이밖에 공사비 인상 등으로 추가 대출보증이 필요하면 총사업비 60% 이내로 추가 보증도 실시한다. 기존 사업비 60%를 보증받은 뒤 증가한 사업비의 60%까지 추가로 보증받게 된다.

정비업계에서는 이번 대책으로 재건축 초기(안전진단~조합설립) 단지들이 많은 목동·여의도, 상계동 등이 가장 많은 혜택을 볼 것으로 본다. 주민동의율 완화 등 정부의 지원책이 대부분 사업 초반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재건축 추진단지 관계자는 “주민 동의 얻는 과정이 사업 초반에는 가장 문제였는데 조건이 완화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백준 JNK도시정비 대표는 “용적률 인센티브가 3년 한시적으로 운영돼 이를 활용하기 위해 속도 내는 재건축 초기 단계도 꽤 많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사업 후반부에 주민 갈등을 일으키는 요소인 분담금과 관련한 부분은 정책 보완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재건축 단계별 계획 통합처리는 정밀하게 시행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조합들이 사업계획을 작성할 때 ‘속도’에만 집착한다면 사업 후반부에 예상치 못한 갈등 요소만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7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적용대상에서 제외되기 위해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을 급하게 짰던 반포주공1·2·4주구 등 반포 일대 재건축 단지들은 한동안 주민들 내홍에 시달렸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조합원 분양신청 등을 급하게 하면 나중에 논란이 생길 여지가 있다”며 “조합이나 지자체 모두 이 부분을 유의해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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