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정 한국인 직원 절반은 일제 관리 출신”

강성만 기자 2024. 8. 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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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말부터 1967년까지 한국 관료 임면과 행적을 추적해 여러 권의 자료집을 펴낸 안용식(83) 연세대 행정학과 명예교수가 최근 유년근 하남문화원향토사연구소 연구위원과 공저한 자료집이다.

"일제 시대에 돈 많고 집안도 좋고 재능이 있던 사람들이 일본 유학을 가고 열심히 살아 좋은 자리에서 관료를 했다고 봐야죠. 이들은 해방 후에도 고위 공직에 올랐어요." 지난 7일 전화로 만난 안 교수는 "논문에 쓰지 않았지만 일본 덕을 보고 산 사람들(일본 강점기 조선인 관리)을 탓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도 이해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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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료 연구자 안용식 교수
일제 관리 지낸 조선인들의
해방 뒤 공직 진출 밝힌 책 내
“미군정 군수 70%, 일제 때 관리
미군정은 일제의 연장선이었죠”
안용식 연세대 명예교수.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일제 관리를 지낸 조선인의 해방후 동향’(도서출판 법현).

한말부터 1967년까지 한국 관료 임면과 행적을 추적해 여러 권의 자료집을 펴낸 안용식(83) 연세대 행정학과 명예교수가 최근 유년근 하남문화원향토사연구소 연구위원과 공저한 자료집이다.

안 교수가 35년 가까운 지난 연구를 토대로 일본 강점기에 관리를 지낸 조선인이 미군정을 거쳐 3공화국에 이르기까지 어떤 공직에 임용되었는지 현황을 정리했다.

안 교수는 이 자료집에 ‘일제 관리를 지낸 조선인의 해방 후 동향’ 논문도 실었다. 이를 보면 미군정 조선인 요원의 49.1%(787명)가 일제 관리 출신이었다. 미군정 때 지방정부 한국인 관리의 40.7%(262명), 판·검사의 70.8%(211명)는 일제 관리를 지냈다. 군수도 70.4%(133명)가 일제 관직 보유자였다.

안 교수가 최근 펴낸 자료집.

중앙행정을 맡은 미군정 본부에는 일제 관리를 지낸 조선인 임용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일본 유학을 경험한 고학력자들이 많았다. 미군정 본부 6개국만 보면 일제 관리 경력자 99명 중 44명이 최소 전문대 이상 학력 보유자였다. 일본과 경성 제국대 출신도 20명이다.

“일제 시대에 돈 많고 집안도 좋고 재능이 있던 사람들이 일본 유학을 가고 열심히 살아 좋은 자리에서 관료를 했다고 봐야죠. 이들은 해방 후에도 고위 공직에 올랐어요.” 지난 7일 전화로 만난 안 교수는 “논문에 쓰지 않았지만 일본 덕을 보고 산 사람들(일본 강점기 조선인 관리)을 탓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도 이해한다”고도 했다. “가난한 많은 조선인들은 일본인 밑에서 핍박을 받았으니까요.”

그는 2년11개월 미군정기를 두고는 “우리에게 남겨준 게 별로 없다”며 “실패”로 규정했다. “미군정은 일본의 조선총독부 관리 체계를 그대로 물려받았어요. 일제의 연장선이었죠.” “미군정의 가장 큰 실책은 임시임명이란 미명 하에 일제 부역자들을 무분별하게 임명한 데 있었다”고 논문에서 밝힌 안 교수는 “(미군은) 남의 나라에 와서 좀 더 신중히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과 자세가 매우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지금껏 펴낸 자료집 모두 자비 출판했다는 안 교수는 향후 저술 계획을 묻자 이런 바람을 나타냈다. “박정희 정권 이후 현재까지 누가 관료 사회를 지배했고 관료제가 어떻게 운영되었는지 정리해야죠. 하지만 너무 방대한 작업이라 나는 나이가 들고 힘이 빠져 하기 힘들어요. 후학이 해주길 기대합니다.”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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