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길 위에 저 시간 속에’

서울앤 2024. 8. 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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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지만 음험하고 고요하지만 번화하며 고풍스러우면서도 탈역사적인 척하는 어느 매력적인 도시.'전직 한겨레 기자인 이인우 작가가 쓴 <교토, 길 위에 저 시간 속에> (파람북 펴냄)에 붙어 있는 긴 부제다.

'빛남과 음험함', '고요함과 번화함', '고풍스러움과 탈역사적인 척함'이라는 상반된 상징을 한 도시가 품에 안고 있는 교토라는 도시가 놀랍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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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험한 교토, 빛나는 교토

[서울&]

‘빛나지만 음험하고 고요하지만 번화하며 고풍스러우면서도 탈역사적인 척하는 어느 매력적인 도시.’전직 한겨레 기자인 이인우 작가가 쓴 <교토, 길 위에 저 시간 속에>(파람북 펴냄)에 붙어 있는 긴 부제다. ‘빛남과 음험함’, ‘고요함과 번화함’, ‘고풍스러움과 탈역사적인 척함’이라는 상반된 상징을 한 도시가 품에 안고 있는 교토라는 도시가 놀랍게 느껴진다. 더 놀라운 것은 전직 한겨레 기자이자 교토 리쓰메이칸대학 객원연구원을 지낸 작가가 교토의 이런 여러 가지 모습을 글 속에서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작가가 가진 비결은 뭘까? 아마도 2022년 9월부터 1년 동안 교토에서 살면서 교토를 천천히, 가까이에서 걸어가며 살펴본 덕일 것이다. 자동차를 타고 어떤 거리를 지나가면, 그 거리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지만, 걸어서 그 거리를 지나가면 작은 소리와 냄새까지도 기억 속에 남는다. 더욱이 걷는이가 30년이 넘게 한겨레신문 문화부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기사를 쓴 기자라면 그 작은 소리와 냄새 너머에 있는 ‘역사와 철학’에 대해서까지 전해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교토, 길 위에 저 시간 속에>가 일본인들이 보지 못한 부분까지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다. 작가는 일본인이 아니지만 일본인 학자처럼 교토 문화와 역사에 정통하다. 더욱이 일본인이 모르는, 백제·신라계 도래인이 현재 교토가 성립하고 발전하는 데 끼친 영향까지도 놓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이 1년 동안 교토에 연구원으로 살면서 교토를 몸으로 느끼고자 했을때 교토는 그 빛남과 함께 음험함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책은 2022년 10월부터 1년여에 걸쳐 <서울&>에 연재한 글들을 다시 5갈래로 나누었다. 우선 일본 미학의 요점을 보여주는 장소 10곳을 선정한 1부, 예술도시를 낳은 교토의 상공업자와 민중의 생활을 조명한 2부, 교토의 아름다운 정원 12곳들을 화보형식으로 소개한 3부, 교토를 처음 건설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던 한반도 도래인들의 흔적을 추적하는 4부, 혐오와 배척을 극복하는 한국인들과 일본인들의 우애의 연대기인 5부로 구성했다. 책의 맨마지막은 작가가 교토에 도착한 첫날과 교토를 떠나는 마지막 날 방문한 윤동주 시비 이야기로 꾸몄다. 그가 교토의 고풍스러움 속에서 ‘탈역사적인 척함’을 놓치지 않은 것은 아마도 윤동주를 사랑하는 이런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김보근 선임기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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