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회화·설치 경계 넘어 작품과 관객 간 경계도 완화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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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휘몰아치는 듯한 드넓은 색색의 바다, 그 속에 녹아 있는 듯한 인물의 형상.
바다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그림을 그리는 미국 작가 카일리 매닝(41)이 서울 마곡동 스페이스K 서울에서 9일부터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을 연다.
성별 구분이 뚜렷하지 않은 인물들은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편안한 표정으로 그림 속에 녹아들면서 구상과 추상의 요소를 동시에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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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파도가 휘몰아치는 듯한 드넓은 색색의 바다, 그 속에 녹아 있는 듯한 인물의 형상.
바다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그림을 그리는 미국 작가 카일리 매닝(41)이 서울 마곡동 스페이스K 서울에서 9일부터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을 연다.
매닝의 그림에는 항상 바다가 등장한다. 여기에는 미국 알래스카 출신으로 어린 시절 알래스카와 멕시코 해안을 오가며 자랐고 학비를 벌기 위해 선원으로 일하기도 했던 작가의 성장 배경이 녹아 있다.
다채로운 색채로 파도가 몰아치고 잦아드는 바다 풍경에 이야기를 더하는 것은 인물이다. 성별 구분이 뚜렷하지 않은 인물들은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편안한 표정으로 그림 속에 녹아들면서 구상과 추상의 요소를 동시에 부여한다.
8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여성 화가로서 항상 미술관에서 여성의 몸이 지루한 방식으로 대상화되는 것을 봐왔다"면서 "여성의 아름다움이란 한 가지 관점에서만 반복적으로 그리는 것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훨씬 더 다양하고 개방적이며 젊은 세대들은 남성적이고 여성적이라는 개념을 버리고 있다"며 "그래서 좀 더 대가족에 가깝고 해변에 남겨진 영혼의 모임 같은 인물을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전시장 한 가운데 매달린 대형 설치 작업이다. 전시장에 걸린 회화 중 일부를 얇은 실크에 그린 세로 7m 길이의 작품 3점이 전시장 중앙에 마치 무대의 막처럼 설치됐다. 바람이 불면 실크 속 이미지들이 파도가 치듯이 움직이고 관객들은 마치 커튼을 들추듯이 실크 작업 사이로 걸어 다닐 수 있다.
작가는 "조각과 회화, 설치 작품의 경계를 완화할 뿐만 아니라 작품과 관객 사이 경계도 완화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든 작품"이라며 "관객들이 단순히 눈으로 작품을 감상하기보다는 눈을 감고 손을 펼쳐 실크의 속삭임을 느끼며 내가 자연에서 느꼈던 경험을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황해'다. 전시를 위해 한국에 대해 다양한 조사를 했던 작가는 조수간만의 차가 최대 9m에 이르는 황해(서해)에서 썰물 때 바닷물이 걸러지는 과정이 자신이 그림을 그리는 과정과 비슷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민물의 토사 유입으로 바다에서 색의 경계가 뚜렷한 황해에서 밀물과 썰물에 따라 이 경계가 앞뒤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이 화면 안에서 구상과 추상의 밀고 당김, 작품에서 무엇을 더하고 덜어내야 할지를 결정하는 과정과 닮아있다는 점에서 작가는 전시에 '황해'라는 제목을 붙였다.
전시작 중에는 '머들'이라는 제목의 작품도 있다. '머들'은 밭을 경작하면서 나온 돌을 모아 쌓은 돌무더기를 뜻하는 제주 사투리로, 제주의 돌문화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전시는 11월 10일까지. 유료 관람.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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