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대안 제시 강조하면서 ‘제3자 추천 특검법’은 함흥차사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한 지 보름이 넘었지만 대표가 된 후 발의하겠다던 제3자 추천 방식의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은 함흥차사다. 한 대표와 측근들은 당내 거센 반대와 상황 변화를 명분으로 발의를 미루면서 더불어민주당이 8일 발의한 세 번째 특검법안을 “더 허접한 특검법”(장동혁 최고위원)이라고 혹평했다. 민심의 눈높이와 여당의 대안 제시를 강조하는 한 대표의 최근 발언과 모순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표는 지난 6월23일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 채 상병 특검과 관련해 “국민의 의구심을 풀어드려야 한다”며 “특검을 반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당대표가 되면 대법원장 등 제3자가 특검을 추천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종결 조건을 달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한 대표 당선 보름이 지난 현재까지 언제, 어떻게 발의를 추진하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 “내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다. 발의가 필요하다”, “당내 절차가 필요하다. 의원들을 설득하겠다” 등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을 뿐이다.
한 대표 측근들은 발의 시기를 늦추거나 발의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장동혁 최고위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특검법 발의에 대해 “논의를 이어갈 실익이 없다”고 했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공수처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양쪽 주장이 충돌하면 한 대표가 후보 시절 주장한 방안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당내 반대가 많아 설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수처 수사 종결 조건을 달지 않겠다는 한 대표의 약속과는 차이가 있다..
한 대표가 당내 논의의 키를 쥔 정책위의장에 특검에 반대하는 김상훈 의원을 임명한 것에서도 후퇴 기류가 읽힌다. 김 의장은 이날 SBS라디오에 출연해 “(공수처가) 진행 중인 수사 발표가 되고 나서 미진하다고 판단될 때 특검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입장이다.
한 대표 측은 민주당이 이날 세 번째 특검법을 발의한 것을 두고 비판을 쏟아냈다. 장 최고위원은 최고위에서 “앞에선 휴전협상 할 듯이 하고 뒤로는 뒤통수 치는 양면 전술”이라며 “더 허접한 특검법”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전날 “민주당이 계속 특검을 남발해 특검이란 제도를 타락시켰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한 대표가 취임 초기 윤 대통령과·친윤석열계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특검법을 꺼내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특검법 발의 때문에 ‘배신자’로 낙인찍히는 등 친윤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한 대표가 민심의 눈높이에 맞추는 여당, 대안을 제시하는 여당을 강조한 것을 감안하면, 야당의 법안을 비판하는데 머물지 말고 자체 법안을 발의한 뒤 야당과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열 개혁신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한 대표를 겨냥해 “본인이 약속한 제3자 추천 특검법은 어디있나”라며 “민주당 법안에 독소조항이 많다면 국민의힘에서 특검법을 발의하라”고 촉구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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