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유감 표명’ 재판 증거 될 수 없게…환자소통법 도입 검토
정부가 의료사고에 대해 의료진 등이 유감을 표명해도 재판에서 불리한 증거로 채택할 수 없도록 법제화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의료사고로 분쟁이 발생했을 때 불필요한 갈등을 막고 원활한 합의가 가능하도록 환자와 의료진의 소통을 법적으로 규정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 의료사고안전망 전문위원회는 8일 7차 회의를 열고 이같은 방안을 논의했다.
전문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미국, 캐나다 등의 ‘환자소통법(Disclosure Law)’ 도입 사례와 효과를 검토했다. 의료진과 환자 사이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의료사고 소송 건수와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법제화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이다.
환자소통법은 의료 사고 현장에서 의사가 환자나 보호자에게 사과하거나 유감을 표명하더라도 향후 법적 다툼에서 불리한 증거가 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다. 의료진이 법적 부담 없이 유감을 표명하고, 사고 경위를 상세히 설명할 수 있도록 해 법적 다툼을 줄이자는 취지다.
미국 미시건대 의료원은 지난 2001년 ‘환자 소통하기’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월평균 의료소송 건수가 2.12건에서 0.75건으로 64% 줄었고, 소송 관련 비용도 16만7000달러에서 8만1000달러로 57% 감소했다. 이후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 법제화됐다.
국내에서는 2018년 20대 국회에서 김상훈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환자안전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의료인이 사고 내용과 경위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이 과정에서 나온 유감 표현 등은 향후 민·형사상 재판에서 증거로 삼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었다.
전문위원회는 소송까지 가지 않더라도 조정·중재를 통해 분쟁이 조기에 해결되도록 의료분쟁조정제도를 전면 혁신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법·의학적 전문성을 갖추기 어려운 환자 입장을 고려해 의료사고 감정·조정 과정에서 환자를 조력하는 ‘환자 대변인제’의 구체적 도입 방안을 논의했다. 의료분쟁조정제도의 공정한 운영을 국민 입장에서 평가하고 제도 및 운영 개선을 제안하는 ‘국민 옴부즈만제도’ 신설안도 검토했다.
전문위원회는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의 쟁점에 대해 의료계와 환자,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기로 했다. 이달 말쯤 논의된 대책을 의료개혁 특위에 보고하고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노연홍 의료개혁특위 위원장은 “의료사고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반면, 환자에게 미치는 결과는 치명적이기 때문에 사고 초기에 환자와 의료진 간의 원활한 소통은 소모적 분쟁을 예방하는 첫걸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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