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더 강력한 세 번째 채 상병 특검법 발의…수사 대상에 ‘김건희’ 명시

손우성·이유진 기자 2024. 8. 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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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 수사 대상 추가하며
김건희 여사도 이름 올려 “이전보다 강화돼”
박찬대 “진실 밝히기 위한 불가결 수단” 강조
일각에선 “이재명 협상 지렛대” 분석도
더불어민주당의 김용민(왼쪽) 원내수석부대표와 김승원 의원이 8일 국회 의안과에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이 8일 세 번째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을 발의했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과 관련해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수사 대상에 추가하는 등 이전보다 강화한 내용이 담겼다. 다만 여야 협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연임을 확정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 후보가 취임 이후 ‘제3자 특검법’ 수용 등 전향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 의안과에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대표발의한 채 상병 특검법을 제출했다. 지난해 9월과 지난 5월에 이어 세 번째 채 상병 특검법이다. 앞선 두 건의 특검법은 윤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와 본회의 재표결을 거쳐 폐기됐다.

이번 특검법은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의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를 수사 대상에 명시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특검 수사 대상 항목에 ‘채수근 해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이종호 등이 김건희 등에게 임성근의 구명을 부탁한 불법 로비 의혹 사건’이라는 문구가 담겼다.

또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 등의 수사에 대한 방해행위’까지 수사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혔다. 상황에 따라 김 여사와 이 전 대표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검 추천권 문구도 ‘대통령이 소속되지 않은 교섭단체’를 ‘더불어민주당’으로 교체했다. 민주당이 특검을 주도한다는 뜻을 명확하게 밝히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당 안팎에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3자 추천 방식’을 제안한 만큼 협상 여지를 남기기 위해 기존 안보다 다소 완화한 특검법이 발의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민주당은 더 강력한 특검법을 내놓으며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박찬대 직무대행은 이날 원내대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특검은 진실을 밝히기 위한 불가결한 수단”이라며 “결국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로 진실을 밝히기 위해선 특검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한 대표의 ‘제3자 특검법’ 공약이 결국 지켜지지 않을 것이란 민주당 내 회의론도 반영됐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 대표와 국민의힘이 전혀 움직일 생각이 없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먼저 완화한 특검법을 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22대 국회 개원 후 처음으로 여야 협력 물꼬가 트이는 기류에서 민주당이 특검법 처리 속도 조절에 나설 거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민주당 원내 지도부가 선제적으로 강화한 특검법을 발의한 배경엔 연임이 확실시되는 이재명 대표 후보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후보가 취임 후 한 대표, 나아가 대통령실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특검법을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제3자 특검법’이 논의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정감사 등이 진행되는 9월 정기국회까지 채 상병 특검법을 놓고 여야가 충돌해선 안 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국정감사는 의회가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채 상병 특검법 추진을 아예 하지 말자는 뜻이 아니라 9월 정기국회에선 다른 민생도 살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시급한 민생법안부터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민주당이 또다시 채 상병 특검법을 들고 나왔다”며 “민주당이 왜 이토록 특검과 탄핵에만 매달리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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