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구는 테러리스트”···이승만 미화 다큐···‘광복의 역사’가 흔들린다

김송이 기자 2024. 8. 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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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기념관장에 뉴라이트 계열 인사가 임명돼 독립운동 유관단체들이 반발이 이어지던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이달의 독립운동가’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정효진 기자

독립기념관장에 뉴라이트 계열로 지목된 인사가 임명돼 광복회를 비롯한 독립운동 유관단체들이 반발하는 등 역사논쟁이 정국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79주년 광복절을 일주일 앞두고 뉴라이트 계열의 역사 왜곡 시도가 곳곳에서 이어지면서 우려가 커진다.

8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광복절인 오는 15일에 책 <테러리스트 김구>가 출간될 예정이다. 저자 정안기씨는 2019년 출간한 책 <반일 종족주의>의 공동저자다. 이 책은 출간 당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과 위안부의 강제성을 부정하고 식민지 근대화론을 옹호하는 주장을 담아 논란이 됐다.

정씨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책 소개 코너에서 “세계적 테러리스트와 대한민국 국부라는 환상적 부조화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백범 김구라는 거대 신화의 탈신화에 도전하는 학술연구”라고 자신의 책을 소개했다.

‘학술연구’인 점을 내세웠지만 출판사 서평과 정씨의 과거 발언을 종합해보면 편향된 역사인식이 담겨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씨는 책에서 “한국인들이 환상하는 김구는 종북 주사파가 만들어낸 역사적 허상에 불과하다”며 “김구를 두고 ‘민족의 구원자’ 혹은 ‘자유와 통일의 메시아’라고 환상하고 성인화하는 것은 지독한 정신분열이자 끔찍한 위선”이라고 주장했다.

책 ‘테러리스트 김구’. 네이버 책 소개 갈무리

정씨는 지난 2월에도 ‘좌파가 김구를 미화한 이유…소련의 사주가 있었다’는 제목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테러는 결코 미화할 수 있는 것도, 손가락질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가치중립적”이라며 “안중근, 이봉창, 윤봉길도 전부 테러리스트이고 논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영상 후반부에선 “(김구에 대해) 민족적 양심이나 도덕심을 가지고 얘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가소롭다”며 “(김구가) 건국 자체를 무효화하려고 시도했고 죽을 때까지 그랬다”고 말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저자가 처음엔 ‘학문적 접근이기 때문에 이같은 주장이 가능하다’고 하면서도 ‘종북 주사파의 반일 선동’이라는 식으로 주장하고 있다”며 “결국 이 책을 순수한 학술 서적이라고만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공영방송은 광복절에 ‘이승만 다큐’

KBS가 광복절을 맞아 상영을 준비하고 있는 다큐멘터리 <기적의 시작>을 두고서도 ‘광복절에 역사왜곡을 하려는 것이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월 개봉한 이 다큐멘터리는 이승만 전 대통령 일대기를 다룬다. 이 전 대통령의 양아들 이인수씨와 백선엽 전 육군참모총장의 인터뷰 등을 담고 있다. 이 다큐는 이 전 대통령의 업적 위주로 묘사하면서 여수·순천 사건을 ‘여순반란’으로 표현하거나, 4·19 혁명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 사실을 몰랐다고 하는 등 일방적 주장을 넣어 비판을 받았다.

KBS 내부에선 다큐멘터리 방영이 공영방송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한국 현대사의 논쟁적 인물 이승만을 다루고 있지만 최소한의 균형 감각과 성찰 없이 오로지 칭송과 미화뿐”이라며 “스스로 자문해보길 바란다. 누구를 위해 ‘기적의 시작’이 방영돼야 하는가. 시청자들을 위해서인가, 윗선의 그 누군가를 위해서인가”라고 했다.

KBS는 지난 2월 <뉴스 9>에서 영화 <건국전쟁>에 대해 편향적인 보도를 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 영화가 이 전 대통령을 미화하는 등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해당 보도가 관련 논란을 검증하기보다는 영화의 주장만 중점적으로 다뤘다는 것이다.

뉴라이트 세력의 핵심 주장을 넣은 책과 영화, 담론과 발언 등이 사회 전면에 나오는 것은 최근 뉴라이트 인사들이 정부 산하 기관에 임명된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독립기념관장에 취임한 김형석 대한민국역사와미래 이사장 외에도 정부 산하 역사 관련 기관 요직에 뉴라이트 계열이 대거 임명됐다.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에 참여했던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과 뉴라이트 계열 ‘교과서포럼’에서 활동한 김주성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성명에 불참했던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모두 올해 각각 역사기관 요직에 올랐다.

방 실장은 “과거에는 뉴라이트 인사들이 학문의 자유를 빌미로 (역사 왜곡을) 주장해왔는데 이제 학문의 영역이 아니라 주요 역사 연구 기관 요직에 앉게 되면서 뉴라이트 세력이 전면에 나서게 됐다”며 “이들이 국가세금으로 연구도, 집필도 할 수 있게 된 상황이니 과거보다 훨씬 위험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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