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집단 따돌림`…주차장서 내몰리고 `범죄자` 취급까지
차주에 주차금지·멱살잡이까지
상반기 판매량 작년보다 17% ↓
"전기차 지하주차장 출입 금지", 인천 청라 아파트와 금산 주차타워의 전기차 화재 사건으로 전국 곳곳에서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소위 '전기차 집단 따돌림'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전기차 누적 등록대수가 60만대를 돌파하는 등 친환경차 확산이 이어지는 와중에 이 같은 사회적 갈등이 미래 신사업의 앞길을 막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 전기차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과도하긴 하지만 비난할 수만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 방식이든 전기차 집단 따돌림 현상은 사회적 기술적 지혜를 모아야 한다.
8일 자동차·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한 아파트에서는 지난 2일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진입 금지' 안건을 놓고 긴급 입주민 회의가 열렸는데, 전기차 차주와 주민 간 고성과 멱살잡이가 이어지면서 경찰까지 출동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전기차 차주는 결국 밖으로 내보내졌다.
경찰 출동 이후 남은 입주민들은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진입을 금지하는 내용의 규약을 만들기로 하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해당 아파트의 전기차 차주들은 반발하며 소송 제기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는 입주민 대표회의를 열고 전기차 출입 금지에 지하 주차장의 출전 설비도 지상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경기 안양시의 한 아파트 단지는 전기차 차주에게 '전기차 화재 시 민형사상 책임을 차주가 진다'는 서약서를 내야 지하주차장 출입이 가능하게 했다.
아파트 단지뿐이 아니라 주차타워도 전기차 출입 금지 안내문이 속속 붙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마포구의 한 주차타워에도 전기차 입고 불가 안내문이 붙었다. 주차타워 뒤편의 외부 주차장을 이용하라는 문구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LG디스플레이는 경기도 파주시 사업장 지하주차장의 전기차 충전기를 지상으로 옮기기로 했다. 임직원에게는 지하 충전기 이용 자제를 공지했다. 일부 정유·화학회사들 역시 임직원의 전기차 소유 여부 조사에 나서면서 공장 인근에 주차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화재 발생 비율은 전기차보다 내연기관차가 더 높다. 지난해 기준 내연기관차 1만대당 화재 발생 건수는 1.9대로, 전기차의 화재 비율(1.3대)보다 높다. 전기차보다 내연기관차의 화재가 알려지지 않았을 뿐, 실제로는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 누적 대수는 올해 상반기 기준 60만6610대다. 전기차 통계가 공식적으로 시작된 2017년 이후 7년 만에 60만대 고지를 밟은 것이다.
산업계에서는 국내 전기차 누적 대수가 60만대를 넘었음에도 화재 사고로 사회적 갈등까지 불거진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탄소중립 시대에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 기술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필요한데, 오히려 사회적 불화가 만연해서다.
실제로 전기차 차주들은 온라인 상에서 "잠재적 범죄자 취급" "죄인이 된 기분" "잠재적 방화범이 됐다" "재산권 침해 아니냐"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보다 비싸도 정숙성과 환경을 생각해서 샀는데 도로에서 눈치가 보인다" 등 하소연을 쏟아내고 있다.
반대로 내연기관 차주들은 "전기차는 한 번 열폭주 현상이 일어나면 불길을 잡기 어려우니 이게 최선" "청라국제도시 아파트는 여전히 단전이 지속되며 고통받고 있다" "전체에 피해를 주니 공공의 안전을 위해 주차 금지를 시켜야 한다"는 등의 글을 올리며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심지어 전기차를 구매하려고 했던 소비자들의 예약 취소까지 발생하고 있다. 기아 EV3를 예약한 한 소비자는 "아파트에서 눈치가 보인다"며 "주차를 매번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 같아 사전 예약 취소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6만5557대로 전년 동기보다 16.5% 감소했다. 전기차산업은 미래 핵심산업의 하나로 소위 전기차 따돌림이 지속되면 산업 성장이 저해되고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 같이 전기차 따돌림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오는 12일 환경부 차관 주관으로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소방청 등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전기차 화재 관련 회의를 갖기로 했다. 정부는 회의를 토대로 내달 초 전기차 화재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기차 차주 입장에서는 본인의 재산권 침해이기 때문에 억울할 수밖에 없다"며 "주민들의 무분별한 불안감으로 지역 주민간 갈등이 이어진다면 이럴 때 정부가 나서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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