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재 "뮤지컬 무대, 팬들에게 효도하는 마음으로 서죠"
"'모차르트!' 땐 매회가 전쟁터…지금은 자신감 붙었죠"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팬들이 뮤지컬 무대에 선 제 모습을 너무 좋아하고 뿌듯해하세요. 이렇게 또 다른 면을 보여드리는 게 팬들에게 효도하는 길이 아닐까 싶어요."
8일 서울 강남구 EMK뮤지컬컴퍼니 사옥에서 만난 뮤지컬 '4월은 너의 거짓말' 주역 김희재는 이 작품에 출연하게 된 배경을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지난 6월부터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는 '4월은 너의 거짓말'은 트로트 가수로 활동하는 김희재가 두 번째로 도전한 뮤지컬이다.
그는 지난해 '모차르트!'에서 주인공 볼프강 모차르트 역을 맡으며 뮤지컬계에 데뷔했다. 예능 프로그램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 - 사랑의 콜센타'에서 그가 뮤지컬 넘버를 부른 것을 본 제작사가 오디션을 제안하며 출연이 성사됐다.
김희재는 "워낙 뮤지컬에 관심이 있기도 했지만, 팬들이 꼭 도전해봤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서 힘을 내 오디션을 봤다"고 돌아봤다.
팬들은 그가 오디션을 통과해 뮤지컬에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서 난생처음 뮤지컬을 보기 위해 공연장으로 몰려들었다.
김희재는 "팬들 대부분이 어르신이고, 살면서 뮤지컬을 접해본 적이 없는 분들이 90% 이상"이라며 "제 덕분에 몰랐던 세계를 알게 돼 행복하다고 하는 팬들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팬분들이 '우리가 공연 관람 예절을 안 지키면 우리 배우가 욕먹는다'면서 뮤지컬 매너를 공유하고 공부하시더라고요. 휴대전화 불빛이 보이면 안 되고, 이때는 손뼉을 치면 안 되고…저를 보러 와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절 위해 그렇게까지 해주시는 것을 보고 감동했어요."
그러나 팬들의 열렬한 지지에도 첫 작품인 '모차르트!'는 그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김희재는 "첫 공연 전 이틀 밤을 내리 못 잘 정도였다"며 "공연이 끝나고 도망가고 싶었던 적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뭔가 하기로 마음을 먹으면 대충하는 성격이 아니에요. '모차르트!'도 최선을 다해서 준비했죠. 하지만 심적으로 매 무대가 전쟁터였어요. 제게 주어진 이 무대를 잘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되고 두려웠죠."
'모차르트!'를 무사히 공연하며 내공이 쌓인 덕분인지, 새 작품 '4월은 너의 거짓말'은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임할 수 있게 됐다고 그는 말했다.
"요즘은 하루하루가 행복해요. 이 작품을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죠. 하면 할수록 자신감이 붙어서 '여기서 좀 다르게 연기해도 되겠는데?' 하는 생각도 합니다. 지금 공연이 9회차밖에 안 남았는데 공연 횟수가 줄어들 때마다 아쉬워요."
김희재는 '4월은 너의 거짓말'에서 어릴 적 생긴 트라우마로 인해 피아노 연주를 하지 못하게 된 천재 피아니스트 소년 코세이 역을 맡았다. 소심하고 여려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고등학생 캐릭터다.
김희재는 자기 모습을 투영해서 연기하면 되겠다고 생각할 만큼 코세이와 실제로 닮은 부분이 많다고 했다.
그는 "코세이는 조용하고 소심하지만, 꼭 표현해야 할 건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라며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으로 치유한다는 점도 저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코세이가 처한 상황 역시 김희재의 과거와 겹치는 면이 많다. 김희재도 어릴 적 예능 프로그램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 출연해 '트로트 신동'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변성기를 겪은 이후 소속사 오디션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시면서 "가수는 내 길이 아닌가" 하는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코세이가 결국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장면을 연습하면서 옛 기억이 떠오르더라고요. 일이 잘 안 풀리던 그때 저는 '왜 나를 아무도 안 뽑아줄까, 외모가 별로인가, 성형외과에 가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침울해하고 좌절했죠. 하지만 결국 시간이 해결해주더라고요. 코세이를 만난다면, 어른이 되는 그 과정을 겪으며 성장하게 될 거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선한 어른이 되는 게 인생 목표라는 김희재는 뮤지컬 배우로 데뷔하며 작은 꿈이 하나 더 생겼다. '4월은 너의 거짓말'로 신인상을 받는 것이라고 한다.
"장기적으로는 좋은 작품을 만나서 계속 뮤지컬 배우로도 인사드릴 수 있는 게 목표예요. 많은 분이 '김희재가 하는 뮤지컬이 보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게 계속 노력할 겁니다. 이제 막 시작한 신인인 만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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